우리는 몸속에 사는 미생물들에 지배되고 있다
우리는 몸속에 사는 미생물들에 지배되고 있다
  • 김민주 교사<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 승인 2017.03.29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김민주 교사

생물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변화, 예를 들어 키, 대머리 등과 같은 현상이 모두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왔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사람마다 나타나는 `체질'이 우리 몸속에 사는 장내 미생물의 군집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몇 가지 유형으로 장내 미생물 군집을 나누고 그 군집의 유형에 따라 체내 대사에 작용하는 물질의 분해 정도를 연구했고, 그 결과 같은 영양분을 흡수해도 분해하는 정도가 달라짐을 밝혀내었다. 미생물의 군집에 따라 탄수화물의 분해를 잘하는 군집이 있기도 하였으며, 당분의 흡수도가 높은 군집이 있기도 하였다. 같은 양의 음식물을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과 그렇지 않은 체질은 결국 몸속에 사는 미생물의 차이 때문임을 알 게 된 것이다.

미생물과 면역체계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2012년 하버드 의대의 정하정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장 내 세균을 모두 없앤 쥐의 한쪽 그룹에는 사람의 장 내 세균을 다른 한쪽 그룹에게는 동료 쥐의 장 내 세균을 각각 이식한 결과 사람의 장 내 세균을 이식받은 쥐의 면역세포 수가 급감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장내의 특정 미생물(`를로스트리디움')을 제거하였더니 알레르기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럼 이런 체질을 개선할 수도 있는 것일까?

2011년 유럽분자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오랜 식습관이 미생물 군집의 유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탄수화물, 지방, 식물성 섬유질 등을 섭취하는 경향에 따라 미생물 군집이 달라지기 때문에 식습관을 통해 몸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하지만 2016년 1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식사 습관의 변화로 장 내 세균이 바꾸면 그 영향이 후손에까지 이어질 만큼 변화가 느리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현재는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2013년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치명적인 설사병을 고쳤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지만, 당장 모든 사람들에게 장내 균을 이식하여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을 중요시하고 살고 있다. 지구의 환경이 변화한다면 많은 생물의 삶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또 그 변화를 지구 탄생 때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을 통해 겪어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이런 비유가 가능할 것이다. 내 몸이 지구이고, 내 몸속에 사는 미생물이 지구에 사는 생물, 인간일 수 있다고 말이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내 몸속에 새로운 우주가 있으며, 그 우주를 잘 지키는 것이 내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 게 된 하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