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궁전
하늘 궁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3.29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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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문 태 준

목련화가 하늘 궁전을 지어놓았다
궁전에는 낮밤 음악이 냇물처럼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생사 없이 돌옷을 입고 평화롭다

목련화가 사흘째 피어 있다
봄은 다시 돌아왔지만 꽃은 더 나이도 들지 않고 피어 있다
눈썹만 한 높이로 궁전이 떠 있다
이 궁전에는 수문장이 없고 누구나 오가는 데 자유롭다

어릴 적 돌나물을 무쳐먹던 늦은 저녁밥 때에는
앞마당 가득 한 사발 하얀 고봉밥으로 환한 목련 나무에 가고 싶었다
목련화 하늘 궁전에 가 이레쯤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 나무마다 제 각각의 꽃빛으로 치장하고 봄을 맞이합니다. 아랫녘에서 화사한 꽃소식이 올라올 때쯤 내륙에서도 목련이 솜뭉치 같은 꽃봉오리를 터뜨립니다. 연둣빛이 점점이 번져나는 하늘 한켠에서 피어나는 순백의 꽃봉오리는 고고합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의 키 덕분에 하늘 궁전 같은 꽃을 눈썹 높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짧은 평화의 순간이 발길을 쉬어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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