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뇌(腦)
그들의 뇌(腦)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3.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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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가고 있다.

어느 사회나 진보와 보수로 나뉘며 각 진영에는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이 있는데 참가자들의 주류를 구분해 보면 진보는 젊은 층이 보수는 노년층이 많다.

촛불집회는 얼핏 보아도 참가자 대다수는 20~40대가 많았으며 태극기 집회는 40~70대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젊어서는 진보주의였다가 나이가 들면서 보수주의로 바뀐다는 것이다. 반면 젊어서 보수주의자였다가 나이가 들면서 진보주의자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나이 들수록 지적 호기심과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감소되고, 애매모호한 것을 싫어하면서 가치관이 다른 정보들은 배격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또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과 자기 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변화를 싫어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된다. 마치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뇌의 전두엽 미발달로 인해 질풍노도의 심리상태를 겪으며 `이유 없는 반항'을 하려는 것처럼(본보 3월16일자 `중 2의 뇌'), 노화에 따른 뇌의 변화 과정이 특정할 수 없는 시기 동안에 심리 변화를 조성해 변화를 싫어하며 `이유 없는 현상유지'에 매달리게 만든다.

예일대 의대 등 6개국 뇌과학자들은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위험 회피성향이 강해지고 의사 결정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뇌 구조 변화에 따른 생리적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18~88세의 건강한 남녀를 대상으로 게임과 상금 선택을 하게 하고 그 순간을 뇌 스캔과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그 결과 의사 결정을 할 때 오른쪽 후두정엽이 활성화되고 이 부위의 회백질 양이 적은 사람일수록 보수적이고 위험부담이 적은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측 후두정엽 회백질의 양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한편 심리학자 바렛은 육체적으로는 노인이지만 기억력과 집중력 등 뇌의 기능은 젊은 시절을 유지하는 사람을`슈퍼노인(supera ger)'이라 불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슈퍼노인'은`일반노인'에 비해 감정, 정서 영역을 다루는 뇌의 `중대상 피질'이 더 두텁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고 뇌가 늙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이 영역을 젊었을 때처럼 두텁게 유지할 수 있을까.

대답은 `무엇인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힘든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다.

바렛교수는 “윤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담이 되는 뇌 활동을 해야만 슈퍼노인이 될 수 있다.

격렬하게 뇌를 피곤하게 할 때 심신의 피곤함과 불편감은 생기지만 더 날카로운 기억력과 집중력이라는 정신적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영어를 쓰는데 퀘벡주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쓴다. 이 두 지역의 치매 발생을 조사해 본 결과, 퀘벡주에 사는 사람의 치매 발생시기가 밴쿠버 지역보다 4.8년 늦었다. 대개 2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1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5년 정도 늦게 치매가 발생한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시인 러스키가 이야기 하듯이 육체적 늙음은 자연의 이치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수화 성향을 띠게 된다는 것이 인간정신의 성숙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퇴화를 의미하는지 그 대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신체의 젊음을 유지하려 애쓰듯 정신의 젊음도 유지하려 뇌의 `중대상 피질'이 두꺼워지도록 뇌를 피곤하게 해야겠다.

퇴근 후 스페인어 공부 모임에 다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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