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에만 관심있는 폴리페서
잿밥에만 관심있는 폴리페서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3.28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학교수들이 바빠졌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출마자보다 더 바쁜 사람이 인쇄소 사장과 대학교수라는 말이 있다.

대선 후보 가운데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가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교수들로 문전성시다. 지난해 출범한 정책자문단 `정책공감 국민성장'에 1000여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물론 문재인 대선 후보가 내놓은 정책과 비전, 정치적 철학이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적 코드가 맞아 합류했다고 하지만 결국은 문재인 대세론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농담처럼 요즘 대학가에서는 총장 선거에서 낙선했거나 총장으로 퇴직한 인사 모두 캠프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떠오르며 일명 `안풍(安風)'이 불었을 때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대학가를 돌며 치러진 토크 콘서트장에 들어서면 환호하는 대학생 앞에서 “새 정치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안 전 대표의 어눌하면서도 선한 눈빛을 보며 노련한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이 지지율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교수가 안 전 대표의 캠프에 합류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안 전 대표는 올해도 대선에 출마했고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지만 5년 전 벌떼처럼 캠프로 몰려들던 씽크탱크들이 지금도 뜻을 함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재인 캠프에 교수와 전문가 1000여명이 합류했다면 충북지역 소재 17개 대학에 몸담는 교수 수십 명도 명단에 포함됐을 것이다. 지지율 1위인 후보 캠프라면 자랑하듯 소문을 낼 만한데 대학가에서는 좀처럼 명단 찾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Polifessor)로 입방아에 오르는 게 불편해서 일수 있다.

폴리페서를 부정적 시각으로 볼 이유는 없다.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전문가적 식견으로 조언하는 데 교수만큼 적임자도 없다. 문제는 `보험'이라도 들겠다는 심정으로 잿밥을 노린 폴리페서들이다.

자문단 영입 1순위 일 것 같은 정치외교학과 교수들은 오히려 캠프 참여를 꺼린다고 한다. 궁금해서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이유를 물었더니“정외과 교수들이 보는 정치적 관점과 정치인들이 보는 현실 정치의 괴리감을 알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몸은 대학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교수들로 인해 대학은 몸살을 앓는다. 급기야 국민대와 부산 동의대는 올해 교수의 정치적 행위 시 면직시키는 학칙을 신설했다.

국민대 이사회는 지난달 정기회의를 열어 교원에 대한 `면직의 사유'를 신설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제48조의2항에서 정치운동을 하거나,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한 교원을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 동의대는 지난해 연말 학칙 개정을 통해 학교 정관에`면직의 사유'를 신설했다. `정부를 파괴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가입하고 이를 방조한 때'와 `정치운동을 하거나 집단적으로 수업을 거부하거나 또는 어느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선동한 때' 등 5가지 사안에 대해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교육부가 강도 높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하면서 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몸담은 대학의 위기 앞에선 눈을 감은 교수들이 국가를 위해 눈을 감을 수 없다며 선거 캠프에 뛰어든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