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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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은<청주노동인권센터>
  • 승인 2017.03.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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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배경은<청주노동인권센터>

태양과 가장 먼 곳에 명왕성이 있다. 지금은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크기에서 뒤처진다는 이유로 기억한다.

명왕성 주변에는 위성처럼 돌고 있는 카론이라 불리는 명왕성의 절반보다 큰 별이 있다. 명왕성과 카론은 서로 마주 보며 우주를 돌고 있다고 한다. 즉, 영원히 서로 한 면 만을 공전한다는 것이다. 지구로부터 약 59억km 떨어져 있고, 태양빛이 5시간 넘게 걸려야 도착한다는 지표면 온도 영하 230도. 명왕성의 고독한 공전을 카론은 함께 하고 있다. 세기가 바뀌어도 명왕성과 카론은 낭만적 공전으로 서로 보듬는 것이다.

명왕성은 행성으로서의 자격을 잃든 말든 관심 없이 우주 괘도의 후미진 곳에서 적은 태양빛으로도 빛날 수 있는 것은 카론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이 군에 갈 때 만해도 서운한 마음이 많았지만 한켠에는 좀 더 누리게 될 자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딸도 대학생이 되어 다른 도시로 가게 되었다. 큰아이를 군에 보내며 생긴 내공 탓인지 이번에도 홀가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곧 중3이 되는 막내는 조금 다른가 보다. 엄마 말보다 누나의 말을 무서워하며 나의 통제 아래 있었다기보다는 누나의 잔소리와 따끔한 충고 몇 마디에 기가 죽곤 하던 막내. 누나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모양이다. 요즘 부쩍 누나를 챙기고 더 순하게 말을 잘 듣고 있다. 체중을 걱정하는 누나와 함께 저녁 운동을 나가고, 라면을 끓여 대령하고 늦도록 친구들과 놀라치면 `누나는 언제 오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학원에 가는 게 귀찮다며 하루 쉬고 싶다고 나를 설득하다가도 누나의 몇 마디에 가방을 챙겨 일어나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리는 남매가 아닌가 싶다.

서강대 장영희 교수는 어느 중학생으로부터 `외다리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목발을 짚고 다니기는 하지만 외다리는 아니었으나 장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별로 힘들지 않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휘청휘청 중심을 못 잡고 살면서 어딘가 허전하고 기대고 싶은 외다리 마음이 어디 몸뿐이겠는가. 연대의 마음으로 어깨를 잇는 옆 사람의 체온, 우주의 광활한 공간 속에 널려 있는 행성과 그 행성만을 위한 작은 별,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투적이고 지루한 인연의 중간에서, 또 누군가의 약함을 함께 감당하는 선한 이웃의 얼굴로 우리는 저마다 어떤 이에게 도움을 받기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찰리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멀찍이 거리를 두고 구경하는 사람으로 살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의지가 많아질 때, 혹시 아는가, 인생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행복한 해피엔딩이라고 명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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