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들
미친 사람들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팀장>
  • 승인 2017.03.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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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신문을 돌리던 시절 가장 난관이었던 것은 신문 사이에 광고지 전단을 삽입하는 일이었다. 광고지 종류가 신문두께와 맞먹을 정도로 많이 들어오는 날은 여지없이 등교시간에 걸리고, 신문배급소의 몇 안 되는 베테랑의 신들린 손은 늘 존경의 대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속도가 빨라지고 자전거를 탄 채로 신문을 접어 대문 사이, 담 넘어로 자연스럽게 넘기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그랬던 내 모습이 TV에서 보던 생활의 달인이 아닌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기술을 발휘하는 달인이 있다.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로 기계에 버금가는 많은 일과 정교함을 펼쳐내는 사람들, 꼭 1만 시간의 법칙을 대입하지 않아도 반복되는 노력의 연습량이 그들을 달인으로 만들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생활이 그들을 달인으로 불리게 한 것이다. 현실에서 경쟁력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게 한 것이다.

이 시대 또 다른 궁극의 기술을 추구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 있다. 난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접하게 되면 입안에서건 밖으로건 나오는 한마디가 있다. “미쳤어, 이건 정신병자나 할 일이야”라고.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말로서는 형언키 어려운,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극단의 표현인 것이다.

달인이 생활을 위해 짧은 시간 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들은 창의적 예술과 기능을 연마하고자 어쩌면 생활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현실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좋아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을, 고집불통 같은 삶을 통해 그들 인생의 긴 시간을 켜켜이 쌓고 몰입하고 농축하여 표현해 내는 것이다. 별다른 보상을 바라기보단 삶의 고단한 모습을 뒤로한 채 작품을 만들어내는 손을 통해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손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창조자로서의 행복을 느낀다.

이들을 우린 장인이라 부른다. 장인이라 하여 공예분야의 장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의술이나 음식 등 생활 전 분야에서 장인의식을 토대로 인간성을 바탕으로 순수한 노동의 가치를 발현하는 이들 모두를 장인이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디자인, 가장 창의적이며 감성적인 것은 손에서 나온다, 과거의 감성, 허상이 아닌 현실과 직접성을 갖는 것에는 늘 손이 존재한다. 그 손은 머리와 하나 된 합일치 된 결과로서 표출된다. 우리가 염려해야 할 것은 시대가 점점 문명화되면서 멸종하는 동물처럼 손기술, 감성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 디자이너는 장인의 공예기술이 사라지면 모든 세상의 것들이 획일화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현대문명화 속에서 만들어내는 손,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 재정립이 필요한 때다.

장인은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에 현실마저도 버리는 이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손을 통해 만드는 일이 곧 생각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린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 그리고 대량폐기의 시대에 버려지는 부속품일 수도 있다. 쉽게 취하고 쉽게 버려지는 작금의 현상들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 인간은 자기 손을 통해 만들어내고 활용함으로써 만족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진짜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 손은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닌,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머리이기 때문이다.

우린 누구나 장인이 될 수 있다. 손을 도구화한 반복 속에서의 달인이 아닌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초월한 미친 사람이라면 말이다. 우리 미쳐보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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