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는 자리에서 보호하는 자리로
보호받는 자리에서 보호하는 자리로
  • 최윤선<청주시 옥산면사무소 주무관>
  • 승인 2017.03.26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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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최윤선

공직에 들어오기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경험이 계기가 돼 사회복지 공무원을 준비하게 됐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면접 때 왜 사회복지 공무원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받은 시절을 생각하며 “보호를 받는 사람에서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옥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필자는 다시 보호를 받게 됐다.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탓에 조직생활에 큰 두려움을 가지게 됐고, 업무가 익숙지 않아서 늘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공무원이 되면 어떻게든 어려운 지역주민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공직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자기 재량이 필요했다. 그러나 선임들이 바쁜 와중에도 업무에 서툰 필자를 적극적으로 챙겨주며 격려해준 덕분에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자신감 있게 공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근무하다 보니 생계가 힘든 주민들이 찾아와 생활고를 토로한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었다. 이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장애가 생기거나 취업난으로 인해 근로가 어려운 경우 등 사회·환경적 문제로 곤란에 처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경우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혼자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환경적인 이유 외에 제도적인 문제로 보호를 못 받는 가구 또한 많다. 현재 대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건 기초수급자 신청 시 부양의무자 기준이 부적절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부양의무자란 기초수급자 신청자의 배우자나 부모, 1촌 직계혈족인 자녀와 사위, 며느리 등과 같이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신청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적더라도 부양의무자에게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수급이 탈락할 수 있다. 이는 부정수급자를 막고자 제안된 규칙이나 되레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수급권자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가난함에도 기초수급비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2010년 기준 117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자신이 가난한데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만 생계가 가능한 이들은 부양을 기피한 가족 때문에 보호조차 못 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나는 복지계열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수많은 사람이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에 생계가 위태로울 정도의 어려움에 처하는 것에 알게 된 후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누구나 극한의 고통을 겪으면 그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큰 한계가 있다.

사회에는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생활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체계가 필요하다. 나는 그 체계를 담당하는 자랑스러운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공직에 들어온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능력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고통없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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