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말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3.2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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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춘분 지나,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는 반산 보적 선사(盤山普積禪師)의 또 다른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반산 보족 선사가 대중에게 보여 말씀하셨다. “마음달이 외롭고 둥글어서 그 광명이 만상을 삼킴이라. 그 광명이 경계를 비추는 것이 아니고 경계도 또한 있는 것이 아니다. 빛과 경계가 함께 없으니 다시 어떤 물건인고?”동산 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빛과 경계를 잊어버리지 못했으니 다시 어떤 물건인고?”心月은 마음을 달에 비유한 것이겠다. 이는 마음달이 둥글고 밝아서 그 광명이 삼라만상, 천지만물을 다 삼킨다는 것. 그 광명은 산하대지 같은 경계를 비추는 것도 아니고 경계 또한 없단다.

`산은 외로운 바퀴 달을 토했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더라.'라고 율곡 선생이 7세 때 지으신 글인데 달을 고륜월(孤輪月)이라고 했다. 동산 스님께서 반산 보적 선사의 광경구망(光境俱亡)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반대로 광경미망(光境未亡)이라고 하셨다. 왜 동산 스님은 光境未亡 이라고 했을까? 깊이 고민하게 한다.

반산 보적 스님께서 대중에게 보여 말씀하셨다. “땅이 산을 버티고 산의 높은 것을 알지 못한 것과 같으며, 들이 옥을 머금고 있음에 옥에 티가 없는 것을 알지 못한 것과 같다. 만약에 능히 그와 같이 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출가니라.”

땅이 산을 떠받들고 있지만 산의 높은 것을 땅이 알지 못하고, 또 돌이 옥을 머금고 있지만 돌이 티 없는 옥이 있는 줄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출가라는 것이겠다. 출가해서 도를 닦는 사람으로서는 땅과 같이 돌과 같이 되어야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

시공을 초월한다면 몸은 집에 있더라도 출가인 것이다. 또 무심으로 산이 높은 것을 땅이 모르는 것처럼, 옥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돌이 옥을 모르는 것처럼 된다면 참으로 출가라는 것이겠다.

요즈음 한참 지난 정권 안보 정책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사드 관련 국가 안보 문제는 국내외로 민감한 사안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지만 정부에 꼼짝 말고 손들고 있으라는 듯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 군과 미군은 북한의 노동급 이상 미사일을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다고 한다. 군사정책과 관련해 잘은 모르지만 방어수단이 없다는 것에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협상하게 되더라도 먼저 최소한의 군사적 방비는 해야 하지 않겠는지. 또한 이들은 사드를 반대하면서도 북한 미사일에 군사적 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동산 스님께서 반산 보적 선사의 광경구망(光境俱亡)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반대로 광경미망(光境未亡)이라고 한 것처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수행하는 공직자들의 행동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생각과 정책을 달리해도 주장에는 최소한의 품위와 명분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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