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캠프 … 낙하산 걱정된다
넘치는 캠프 … 낙하산 걱정된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7.03.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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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나선 주자들의 공통 표적이 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등 당내 경쟁자들은 그렇다 치고, 보수 정당 후보들까지 발등에 불 격인 당내 경선보다 그에 대한 공격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름없는 `아바타'가 될 것이라고 했고, 홍준표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650만 달러를 받을 때 비서실장을 했다며 과거사를 들춰냈다. 자유한국당의 한 후보는 문 전 대표가 후보 사퇴하면 자신도 동반 사퇴하겠다는 이해불가의 선언을 하기도 했다. 경쟁자들의 집중공격에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이다 보니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후보들 간에 암묵적으로 반문(反文)연합이 구축된 모양새다.

문 전 대표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의 캠프가 각계에서 몰려든 인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를 돕겠다는 대학교수들만 1000명에 육박한다는 말도 있다. 교단과 후학 양성보다 정치와 권력 주변에서 이력을 쌓고 이권을 챙기는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위원장으로 영입된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했고 최근까지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았다. 당내에서도 그의 영입이 개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위원회의 부위원장도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안보관에 대한 보수의 의심을 의식해서인지 `안보 자문단'을 구성한다고 한다. 자문단에 합류할 군 장성 출신들의 별이 100개가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가 꾸린 또 다른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도 재벌그룹 출신들이 대거 영입돼 `재벌경제를 개혁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적 세 불리기에 집착하다 보니 잡음도 심심찮게 터진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군인들은 아무 죄가 없다”는 등의 경박한 발언을 거듭하다 캠프를 떠났다. 김광두 위원장도 최근 대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수천만원의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 곁에 구름처럼 몰려든 인물들을 보며 걱정되는 것이 대선 후 치러질 논공행상과 낙하산 포상이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7000여개에 달한다.

헌법기관과 행정부 고위직 1500여명, 대통령 직속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1000여명, 공기업·준정부기관·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600명을 임명할 수 있다. 그동안 이들 자리의 상당수가 대통령 측근과 캠프 출신들로 채워지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낙하산은 대통령 직권남용 논란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공기업 구조조정이 늘 공염불에 그친 요인으로 꼽힌다. 정통성도 전문성도 없어 조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낙하산 기관장에게 조직 개혁과 쇄신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숙제이다. 대통령마다 취임하며 낙하산 근절을 공언했지만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역대 최대 낙하산 부대를 운영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캠프에 집결한 대학교수들을 보며 많은 국민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교수 출신들의 무능과 부도덕이 가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과 김종 전 차관이 모두 교수 출신이다. 정유라 입시비리에는 이화여대 총장과 학장, 교수까지 줄줄이 연루돼 구속됐다. 집단 각성과 근신이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대선후보 캠프마다 폴리페서들이 출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문 전 대표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길은 하나다. 캠프 출신들에게는 어떤 공직도 맡기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것이다.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공약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들로부터도 선거가 끝나면 즉각 본업으로 돌아가 정권에 간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 함께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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