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후기청년
4050 후기청년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7.03.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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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거울을 볼 때마다, 화들짝 놀랍니다.

“너는 누구냐? 자고 일어나면 머리에 이슬이 내려앉아 몸은 눅눅하고, 아침이 와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 너는 어느 별 사람인가? 만년 과장님이나 부장님으로 중년의 아재란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너는 대체 누구냐?”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물음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끝이 나곤 하지요.

시대가 변했습니다. 나이를 세면서 절망이나 좌절의 옷자락만 붙잡고 있기엔 답답한 구석이 생기는 겁니다.

트로트 가수 이애란의 `100세 인생'이란 노래도 유행하고 있지만, 이시형과 이희수가 함께 펴낸 `인생내공'이란 책에선 100세 인생의 다섯 가지 목표를 “첫째, 100세까지 내 발로 걸어다닐 수 있어야 한다.

둘째, 100세까지 치매에 안 걸려야 한다.

셋째, 100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야 한다.

넷째, 100세까지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어야 된다. 다섯째, 100세까지 우아하고 섹시하고 멋있게 살아야 한다”로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이 시대의 4050대를 향해 `중년'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확장된 청년기' 존재로서의 진짜 인생을 찾아야 한다고 일갈한 트렌드 분석가이자 미래 연구자인 송은주의 제안은 시기적절합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이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는 말에 더는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울해지거나 엉뚱하게 일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능력 있는 `사회문화현상 프로파일러(Profiler)'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송은주는 2015년 기준 유엔(United Nations) 생애주기별 연령지표를 통해 100세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경험하게 하는군요.

미성년자(0~17세), 청년(18~65세), 중년(66~79세), 노년(80~99세), 장수노인(100세 이상).

이거야말로 정말 놀랄 놀자 같은 일이 아닌가요? 제가 중년이 아니라, 청년이었던 겁니다.

송은주는 4050대를 겨냥해 `후기청년'이란 산뜻한 용어를 만들어냈더군요.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가 여든 살이 넘어 “40대를 돌이켜보니 `나이 든 청년'이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을 유심히 품었던 결과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중년이 아니라, 이젠 후기청년입니다.

다른 세대가 갖지 못한 4050대만의 매력을 송은주는 `메소(MESO)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의미 있고(Meaningful) 흥미진진하며(Exciting) 특별한(Special) 기회(Opportunity)”라는 뜻을 담은 메소는 영어 미들(Middle)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어이기도 하다는군요.

인류의 평균수명이 60세 정도일 때 만들어진 중년이란 개념에 얽매여 4050대가 되면 인생이 꺾어졌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군요.

아듀, 중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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