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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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세월호가 인양됐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3년을 코앞에 둔 1,073일만이다. 바다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처참한 형체를 보는 순간 마음은 세월호 선체만큼이나 무거워졌다. 그러면서 그렇게 염원하던 저 배를 들어 올리는데 3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렇게 물속에 잠겨 무게가 8천 톤 이상이 되는 배를 원형 그대로 인양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시점에서 인양이 되는 것을 보면 조기인양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바로 그 다음날이라는 시점도 우연으로 넘기기엔 석연치 않다.

어쨌든 세월호가 인양됨으로써 우리는 세월호의 숙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

가장 먼저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고, 다음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다. 3년째 차디찬 심연의 바다에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은 인간의 언어와 글로는 다 표현하기 어렵다. 그들의 가슴속에 새겨진 낙인(印)으로나마 희미하게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팽목항에서 마지막으로 수습된 시신이 떠나갈 때 `나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절규하던 한 미수습자 가족의 모습을.

2014년 가을, 나는 세월호 참사 200일을 한 달 앞두고 팽목항을 향해 걸었었다. 19일 동안 걸어서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가족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팽목항을 떠난 뒤였다. 그러던 며칠 후 한 구의 시신이 수습되어 팽목항에 도착했다. 자녀의 시신을 확인한 가족들은 크게 슬퍼하거나 안도의 숨조차 쉴 겨를도 없이 곧바로 팽목항을 떠났다. 그때까지도 시신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며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떠나가는 앰뷸런스를 바라보며 내 딸을 찾아서 나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절규하던 한 미수습자 가족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이후 정부는 물밑 수색작업을 종료하면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발표했다.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제나 저제나 하며 세월호가 인양되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차가운 바다 속에 남아있는 자식 생각에 겨울바다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따뜻하게 불을 피우지도 않은 채 세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한을 이제 풀어주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다. 지난 정권에서 감추고 은폐해왔던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진실을 찾아내서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대통령이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구출되지 못한 채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방관했던 그 7시간 동안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또 기상악화로 모든 배들이 출항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세월호만 출항한 이유는 무엇인지, 규정 이상으로 화물을 싣고도 정상출항한 배경은 무엇인지, 아무리 인면수심의 인간이라 하더라도 소위 선장이라는 사람이 침몰하는 배에 승객들을 남겨둔 채 승무원들과 함께 유유히 도피한 배경도 의심스럽다. 세월호의 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소문도 밝혀야하고, 세월호에 실렸다는 의문의 화물에 대한 진실 등 세월호가 남겨준 수많은 의문들을 풀어 주어야 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국민에 대한 마땅한 의무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은 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자식과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가야할 유가족들에게 주는 작은 위안이며 그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은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로 거듭나는 길이며, 권력이 국민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곧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출범한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의 진실을 빠짐없이 낱낱이 밝혀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이 땅에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함은 물론 그에 합당한 책임의 소재를 밝히고 원칙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이 땅에서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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