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패가망신의 지름길
음주운전, 패가망신의 지름길
  • 윤영실<청주시 감사관실 주무관>
  • 승인 2017.03.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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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윤영실<청주시 감사관실 주무관>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네 길을 운전하던 중이었다.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아 엑셀을 밟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던 차량이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반대 차선에는 차가 오지 않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차량은 역주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다행히 곧바로 본래의 차선으로 들어왔다. 물론 중앙분리봉 여러 개를 짓밟으면서 말이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그 차량은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쭉 뻗은 직선도로가 아닌 약간은 구불구불한 도로였다. 속도를 내기 시작한 차량은 넘실넘실 중앙선 침범을 서너 차례, 인도 방지턱에 쿵! 쿵! 여러 차례 부딪히면서도 전혀 속도는 줄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모든 상황이 불과 5분도 안 되고, 2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순간 음주운전 차량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마치 학창시절 오락실에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자동차는 200㎞ 이상의 전속력으로 레이싱 도로를 질주하는 중이며, 나는 게임에서조차 운전이 서툴러 핸들을 붙잡고 화면에 보이는 장애물들을 피하지 못하고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힐 적마다 잡고 있던 핸들에서는 부르르 진동이 울렸던 기억이 난다.

오락실 게임에서는 장애물에 부딪히면 몇 미터 가지도 못하고, 몇 초 만에 `GAME OVER(게임 오버)'라는 메시지가 뜨고 레이싱은 끝난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상황은 절대 오락실 게임이 아니었다. 그 시각 그 도로에 지나가는 사람, 마주 오던 차량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음주 차량은 뉴스나 동영상에서만 보았지 실제로 목격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정말로 말로만 듣던 `도로 위의 무법자'를 뛰어넘어 `움직이는 살인무기'였다.

2015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583명, 부상자 수는 4만2880명 이었다고 한다. 음주운전 사고의 사망률은 일반 교통사고의 7.7배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소중한 가족의 목숨과 무수하게 남아있는 행복한 시간을 찰나의 순간에 송두리째 빼앗아간 음주운전자의 죄에 비하면 음주운전 처벌 정도가 턱없이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 동승자 및 방조범도 처벌될 수 있다.

청주시는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성매매·금품수수·음주운전 공무원에 대해 사회봉사 명령과 국내외 문화탐방, 교육 등 각종 연수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청주시는 업무 시스템에 매일매일 `음주운전 없는 날 00일째'라는 알림 창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상시 운영되고 있는 이 배너창에는 청주시 공직자의 음주운전 비위 실태 및 징계관련 자료도 게시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적발과 징계·처벌이 두렵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음주운전 자체로도 크나큰 사회악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몇 %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술을 한 모금이라도 목구멍으로 넘겼다면 스스로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

대리운전비 1만원이 아까워서,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 스스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에 발을 들일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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