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 없는 계수나무
달나라에 없는 계수나무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03.22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반달 윤국영)

암울했던 일본강점기에 행복한 세상을 찾아 `샛별을 등대' 삼아 `길을 찾아'서`서쪽 나라'로 가라는 암시를 주는 것 같은 동요이다. 이 노래는 1924년에 발표된 곡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어로 개사되어 중국인들로부터 사랑받았고 이후 중국 소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정도전의 산중 2수에 歸來松桂秋(돌아와 송계의 가을을 맞네)라는 글귀가 있다. 이 중에 계추(桂秋)는 계수나무의 꽃이 피는 음력 8월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위 동요와 한시에서 보듯이 우리 조상은 오래전부터 계수나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의 계수나무는 1925년도 일본인에 의해 경기도 광릉과 영산포에 처음 심겨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이 알고 있던 계수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인도의 불교설화에서 토끼는 자기 몸을 불태워 하느님을 공양했다. 그 덕에 토끼는 달을 지키며 계수나무를 빻아 불로장생의 환약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설화의 영향인지 중국에서는 향기가 좋은 나무에`계(桂)'자를 붙이는 전통이 있다. 노란색 꽃이 피고 향기가 좋은 금목서는 늘 푸른 작은 나무 물푸레나무과의 식물로, 원산지 중국에서는 계화(桂花)나 월계(月桂)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계림은 계수나무가 많은 지역의 이름이다. 또 계수나무과의 계수나무는 일본과 중국에 분포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연향수라고도 한다. 계피를 계수나무 껍질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계피는 녹나무과 육계나무의 껍질이다. 육계나무도 중국 원산으로 주로 스리랑카에서 상업적으로 계피가 생산된다.

그리고 계수나무는 암수딴그루로 5월경에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정도전의 한시에서 언급된 계추(桂秋)는 음력 8월을 의미하는데 이는 금목서의 개화 시기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이 말한 계수나무는 중국의 금목서나 불교설화의 계수나무를 의미하지 않을까?

계수나무는 계수나무과의 나무로 일본 이름으로 가쓰라(桂-계)라고 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계수나무로 잘못 번역한 것이 굳어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심겨진 계수나무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달나라의 계수나무라는 뜻의 월계수는 지중해 원산으로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향신료로도 사용되었다. 그리스·로마의 월계수 계관(桂冠)이 고귀와 승리의 상징이었고 중국의 계수나무가 명예와 숭고함을 의미하는 것은 나뭇잎의 모양이나 좋은 향기가 나는 것 때문인 듯하다.

캐러멜 향이나 솜사탕 냄새를 풍기는 계수나무가 좋아, 퇴직하신 선배님 농장에서 한그루 얻었다.

지금은 어린애들도 달나라에 계수나무도 없고 토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계수나무와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그때가 그립다. 어서 빨리 자라서 달콤한 향을 찾아 토끼 한 마리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