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라는 꼬리표
`지방'이라는 꼬리표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3.2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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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살아가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 겪지 않아도 될 실패와 좌절을 맛볼 이유는 없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의 입김에 국책기관이 지방으로 이전됐고, 혁신도시도 여기저기 세워졌다. 물론 세종특별자치시도 들어섰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충족됐을까?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지역인재 채용현황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 2곳 중 1곳은`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학 육성법)에 규정한 지역인재 채용 35% 기준에 미달했다. 공공기관 311곳 중 140곳에서 지방대학 육성법을 준수하지 않았고, 특히 63곳은 지역인재를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교육부, 국무총리실, 미래창조과학부 등 국책기관과 소속기관이 몰려 있는 세종시의 경우 공공기관 19곳 가운데 84. 2%인 16곳이 채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지방대학 육성법은 2014년 7월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3년이 지난 지금 법을 만든 정부 기관조차 법을 지키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책기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아도 문제를 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방대학 육성법을 강화한답시고 2015년부터 30%인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35%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법 자체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권고안이기 때문이다.

2년 전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서는 이 학교 A 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지잡대 놈'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대학은 당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고, 평가 결과에 대해 학생들은 대학 본부를 비판했다. A 교수는 교내 학생 대화방에 “너같은 놈이 졸업하면 건글(충주캠퍼스)안 나온 척한다”며 “너부터 인터넷봐라 지잡대놈아” 라는 글을 남겨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지잡대'는 지방의 잡스러운 대학을 의미하는 은어다. 재학생은 물론 총동문회도 나서 이 교수의 퇴출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그는 여전히 강단에 남아 있다.

지방 고교 출신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해도 지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 수도권 출신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벌레로 비유해 수시충(수시로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 기균충(기회균등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 지균충(지역균등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으로 부른다. 이런 사정으로 지역균등전형이나 기회균등전형으로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고향이 어디인지, 어디 학교 출신인지 밝히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1078명을 대상으로 출신 학교 및 소재지에 따른 취업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 군소도시 소재 대학 취준생의 66%가 `출신 학교 소재지 때문에 취업에서 불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인천·경기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은 46.4%, 서울 소재 대학은 31.9%만이`그렇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대학 소재지에 따른 취업 부담이 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대 취준생의 39.2%는`대학 소재지와 학교 이름만으로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방 출신이라고 무조건 저평가하고 잠재적 능력까지 예단해서는 안된다. 지역균형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 사회가 `지방'에 대한 색안경만 벗어 던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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