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쉬웠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 한상윤<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 승인 2017.03.2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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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한상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A조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대만에 11대 8로 승리했다.

지역예선 추락과 전패의 수모는 피할 수 있었지만 1승 2패의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연속 1라운드 탈락하게 되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해온 한국이 홈에서 탈락한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 야구계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메이저리거들과 KBO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해 역대 최약체로 평가될 만큼 전력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기대치도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선수 구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한국계 선수 선발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대표자격을 폭넓게 인정한다. 자신은 물론 부모, 조부모의 나라로 출전할 수 있다. 각 국은 이 규정을 이용하여 전력을 강화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자국 태생이 1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당연히 우리도 이 규정을 이용할 수 있었고, 선발투수 로스 형제, 포수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 골드글러브 내야수 다윈 바니, 유틸리티 플레이어 로버트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 등이 이에 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예비엔트리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농구에서 혼혈선수인 문태종을 국가대표로 선발하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선례도 있었던 만큼 아쉬운 결정이었다.

한국야구는 국제대회마다 국내와 다른 규정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대회에서 네덜란드 투수 마크웰의 견제 동작에 고전한 일이 있다. 최정이 견제사를 당하자 류중일 감독은 보크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자주 보크를 지적당한 외국인 투수가 미국으로 돌아가서 리그 견제능력 2위에 뽑힌 일이 있을 정도로 국제기준은 국내와 달랐다.

지난 대회에서는 보크 적용이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문제였다.

한국 스트라이크 존은 좁고 몸쪽 낮은 공에 후한 반면 국제대회 스트라이크존은 넓고 높은 볼에 후하다. 상대 투수들은 넓은 존을 자유자재로 공략한 반면 한국선수들은 존 설정에 실패해 투수들은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고, 타자들은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스트라이크존 문제는 국제대회에서 부진할 때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존을 국제기준으로 바꾸겠다고 해도 시즌 초반 반짝 적용되다가 중반 이후 원위치로 돌아왔고, 이를 91 한일슈퍼게임 이후 25년 동안 반복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야구할 거라면 로컬룰이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지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세계야구의 흐름에 동참하고 싶다면 좋든 싫든 국제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국제기준적용은 의지만 있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지만 한국계 선수 선발은 다르다. 우리가 선발하고 싶다고 해서 그 선수들이 소집에 응하는 것이 아니다.

대회 오래전부터 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대한민국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선수들이 그들을 국가대표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야구는 의외성이 큰 스포츠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미국을 한국이 이기기도 하고, 미국을 이긴 한국이 사회인야구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지는 일도 있었다. 결과만 가지고 선수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잘하거나 운이 없어서 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뽑을 수 있는 선수를 뽑지 않고, 국제대회 적응 실패로 본 실력 발휘를 못 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번 도전은 실패했다. 다음 대회에서는 대한민국대표팀이 다시 한 번 세계야구의 중심에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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