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없는 청렴이야기
청렴없는 청렴이야기
  • 심재덕<청주시 감사관실 주무관>
  • 승인 2017.03.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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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심재덕

청운의 꿈 따위는 관심 없던 때 오로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겠다며 재수 끝에 들어갔던 학교. 그 시절 누군들 그러하지 않았으랴만 나 역시 술과 낭만과 멋, 그리고 이야기와 토론이 있는 캠퍼스의 봄날만 그렸더랬다.

학교 재산이었던 기자재가 분실됐단 이유로 A스튜디오에 동기생 60명이 모여 찬 바닥에 머리를 박았던 그날 이전까지는 그런 바람이 헛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난생 처음 군대식 조직문화를 접했던 그날 A스튜디오의 생경한 풍경은 이후 대학시절을 떠올릴 때면 `캠퍼스의 낭만'을 제치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됐다. 물론 단체기합은 한 번이 아니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동기생 전원이 여러 번 모였고, 다섯 학번 선배였던 자가 3m 위에서 지휘를 하면 두 학번 선배였던 자들이 각목과 고함으로 끈끈한 동기애와 과 단위 단합을 가르쳤던 시절을 2년을 더 보냈다.

지휘자였던 다섯 학번 선배도 우리와 같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고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A스튜디오에서는 같은 풍경들이 펼쳐졌으리라. 정신적·신체적 고통과 불만은 맥주 한 잔과 듣기 좋은 명분 앞에 희석돼 결국 몇 년 후에는 내가 그 3m 위에서 후배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리라는 예측을 쉽사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입대를 했다. 3년 공백 끝에 학교로 돌아왔고 돌아온 학교에서는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신입생들에게 공포였을 단체기합은 물론이고 단체로 모이는 일 자체가 없어졌다.

풍문으로는 나보다 세 학번 아래인 후배들이 반발해 총장으로부터 적폐를 근절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고함치는 일을 못하게 된 서운함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그렇게 조직은 변했다.

수년 전 어느 조직의 풍경. 가까운 지인은 결혼 전 작은 연구소에 다녔다. 계약직 행정직원이었고 국비를 지원받아 운영되는 연구소였다. 오랜 수험생활을 접고 늦은 나이에 갖게 된 첫 직장은 처음부터 생소한 일 투성이었다.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조직에 적응할 만하다고 느꼈을 때 동시에 위기가 왔다고 했다.

기계적으로 습득했던 조직의 관행들이 자꾸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조직을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소는 상급기관 감사를 통해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했던 관행이 드러났으며 지금은 그런 관행들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유발요인과 속도는 환경에 따라 제각각일지라도 조직은 어쨌든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해가고 있다.

방향성의 시비가 일부 있을지는 몰라도 최종 목표에 대해서 충돌을 일으킬만한 이견이 없고 그것이 합목적적인 이상 그렇게 가는 것이 결국 옳은 길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이 조직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대오각성의 단계를 통해 이뤄진다면 더 근사한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이는 우리 조직이 충분한 자생력을 가지고 시대변화에 부응할 수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될 것이고 그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자랑스러움을 가져봄 직한 일이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시대의 요구에 따른 변화에 직면해있는 청주시의 가능성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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