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인생수업은 바로 이 그림책에서부터
작지만 큰 인생수업은 바로 이 그림책에서부터
  • 이지수<청주 중앙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3.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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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지수

지난주 뉴스 검색 중에 이해할 수 없는 제목의 기사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내 남편과 결혼해주세요!' 뭔가 비춰지는 제목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지레짐작은 했었지만, 그 기사의 주인공이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미국의 동화작가`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더구나 그가 바로 전날인 13일 세상을 떠났다는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는 깊은 충격도 받았다.

로젠탈은 그동안 30여 편의 동화를 쓰며 인생의 여러 단편을 쿠키를 만드는 과정으로 풀어서 쓴`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 `쿠키 한 입의 행복수업', `쿠키 한 입의 사랑수업'으로 유명한 작가다. 비트켄슈타인의 유명한 오리 토끼를 창의력이 통통 튀는 그림책으로 만든 `오리야? 토끼야?'도 여전히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작가의 저력은 다시금 `숟가락'에서 발휘되는데,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은 자기 자신과 곁 가족들의 사랑을 깨닫는 데 있다.

작가가 `내 남편과 결혼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마지막으로 칼럼을 쓴 뉴욕타임즈 기사는 말기 난소암으로 죽음을 앞둔 작가가 걱정 반, 그 이상의 사랑으로 본인의 사후에도 남편의 행복을 바라며 쓴 공개 재혼 상대자를 찾는 글이었다. 로젠탈은 남편의 얼굴 생김과 키, 첫 만남에 대해 구구절절 상세히 글을 썼는데 그 행간에서 든 생각은 저렇듯 큰 사랑을 지닌 아내의 빈자리를 채울 이, 과연 있을까? 였다. 로젠탈의 염원과는 반대로 그는 이 칼럼을 쓴 지 열흘이 되던 날 남편의 재혼상대자를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갔다.

작가는 `쿠키 한 입의 사랑수업'에서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면, 널 위해서라면 날이면 날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쿠키를 구울 수 있단다.” 라고. 그는 불같이 단번에 붙었다 식는 사랑이 아닌, 곁에서 한결같은 성실하고 꾸준한 사랑을 말한다. 작가가 그림책 속에서 그렸던 따스한 마음이 본인의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이어져 나 아닌 다른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오랫동안 숙연해진다. 앞으로는 로젠탈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은 새로운 글과 동화로 다가오지는 못하겠지만, 그가 이 세상에 남긴 그림책만으로도 작가를 기리기에 충분하다.

나이와 국적, 인종과 상관없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걸쳐 인생수업이란, 그 깨달음이란 불현듯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하고, 닫혔던 가슴을 열리게도 하는 것 같다. 불현듯 갑자기, 알던 책도 다시 읽어보면 행간의 놓쳤던 많은 의미를 되살려볼 수 있는 것 같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의 변함없는 큰 사랑에 감명을 전하며, 안녕하신가영의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의 가사를 곱씹어본다. 이 노래는 시계가 있는 문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사랑방식은 조바심내고, 숫자로 사랑의 크기를 빗대며 기다림 없는 단시간적인 짧은 사랑을 비꼰다.

`시계가 없는 세상의 사람들은 약속할 때 이렇게 하지 내일 아침 해가 저기 저 언덕 위에 걸쳐지면 그때 만나자 혹시나 네가 조금 늦어도 시계를 보지 않아도 돼 혹시나 네가 오지 않아도 내일 또 기다릴 수 있어서 좋겠다. …(생략)…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10분이 늦어 이별도 하지 시계도 숫자도 다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만나 사랑을 하지'

음악을 들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로젠탈이 남긴 한 권, 한 권의 유의미한 그림책들을 다시금 소중히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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