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정치 리더십
고장 난 정치 리더십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
  • 승인 2017.03.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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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정유년 3월,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는 반산 보적선사(盤山普積禪師)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반산 보족 선사가 어떤 사람이 고기를 살 때 도자(屠子)에게 말하기를 “제일 좋은 고기 한 조각을 잘라서 오라.”도자가 칼을 당에 놓고 손을 모으고 말하기를 “장사여! 어느 것이 정미롭지 아니한 것입니까?”하는 것을 보고 반산 보적 선사께서 깨달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고기를 사려고 와서는 제일 좋은 고기를 한 근이나 두 근 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고기를 살 때 좋은 쪽의 고기를 달라고 한다.

정육점 주인이 `다 정육인데 정육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한다는 것이다. 반산 보적 선사가 그 대화를 듣고는 그 찰나에 깨치게 된 것이란다. 백정이 도를 깨우쳐준 셈이다.

“정육 아닌 것이 어느 것이냐?”는 백정의 그 말이 가장 의미가 있다는 것 아닐는지.

정(精)에는 정미롭다는 뜻이 있단다.

의학에서는 인체의 정(精)을 지존이요 지보라고 말한단다. 그래서 (精)정을 수백억의 금은보화하고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는 것이겠다.

반산 보적 선사가 어느 날 문밖으로 나가다가 만가(挽歌)를 하는 사람을 보니 곧 요령을 흔들면서 말하기를 “해는 어김없이 서쪽으로 떨어지지만 이 혼령은 어느 곳으로 가는고?”장막 밑에서 상주가 “아이고 아이고!”하면서 곡하는 것을 보고 반산 보적 선사가 몸과 마음이 띌 듯이 기뻐서 돌아오니 마조 스님께서 인가를 하셨단다.

만가는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 끌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우리는 “북망산천 가면 언제 오나. 물길이 멀다 해도 저승길보다 더 먼 것이 없다”는 식으로 많이 말한다.

마조 스님께서 반산 보적 선사가 지금이야말로 확철대오를 했다고 해서 인가를 했다는 것이겠다. 반산 보적 선사처럼 백정의 말에 깨쳤고 만가를 먹이던 상여꾼에게 깨쳤듯이 그 이치는 늘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 아니겠는지.

만족하면 커 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파랑새를 잡은 듯 행복이겠다.

정치학자 이반 아레간 토프트 보스턴대 교수는 1950년~ 1998년 중 강대국과 약소국이 벌인 전쟁을 분석한 아주 흥미진진한 논문을 내 놓았다고 한다. 인구와 군사력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45개 비대칭 전쟁이 그 논문 대상이었단다. 이 정도 국력 차이면 뻔한 싸움 아닐까.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단다.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무려 55%에 달했다는 것이다.

반산 보적 선사가 백정의 말에 깨쳤듯이 역사상 전쟁에서 이긴 약소국은 예외 없이 좋은 리더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도자 복이 참 없다.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보복, 그럼에도 우리는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고도 이것을 구사할 전략적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게임을 진다면 그것은 오로지 고장 난 정치 리더십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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