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선택과 과제
국민의 선택과 과제
  • 연지민 <취재 3팀장>
  • 승인 2017.03.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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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3팀(부장)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다. 4개월간 들끓었던 촛불민심도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시민 민주주의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평화롭게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노벨평화상이 거론될 만큼 저항과 평화라는 모순된 단어가 우리 역사에 새롭게 각인된 순간이기도 했다.

탄핵 인용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선 공석이 된 대통령직을 두고 각 정당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5월 9일이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되면서 빨라진 대선 시계는 겨우 50일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교체로 정치권의 변화는 불가피해졌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치 변화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각 정당은 토론과 당내 경선으로 대통령 후보 선출에 불을 댕기고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치러질 대선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이나 정책의 실효성 검증이 충분치 않다 보니 국민의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이런 지적은 첫 탄핵으로 맞이한 대통령 보궐선거가 예년 선거와 큰 차이점을 안고 출발하는데 기인한다. 법적으로 60일 이내에 선출해야 하는 규정으로 인해 선거 일정부터가 짧다. 길게는 1년 전부터 당내 경선을 준비하며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각 정당의 입장에선 코앞 대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짧은 선거일정으로 유세에 나설 후보들이 실현 가능한 정책 구현보다 이슈로 정책 대결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가 하면 주변 정세도 만만치 않다. 갈라진 민심은 물론 사드문제와 중국과의 외교,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일본과의 위안부문제 등은 후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더구나 50일 이후 뽑힐 새로운 대통령은 인수 작업도 없이 직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청와대에 바로 입성해야 하는 까닭에 준비된 대통령에 대한 요청은 필수조건이 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안팎으로 국민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에서는 지금이라도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대선에 임하고, 정치적 변화의 열망을 담보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정치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촛불로 지펴지면서 사회는 물론 개개인의 일상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견된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느 강연에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사춘기로 비유했다. 사춘기란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심신 양면으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를 말하는데 들끓음이 많은 한국의 상황이 사춘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하나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이 이제는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 사람을 돌아보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표출되고 있는 작금의 우리 현실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는 문화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간 다른 생각을 갈등으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좌와 우로 갈라놓을 것이 아니라, 이를 갈등으로 보지 않고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민주주의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긍정의 변화는 국민이 선택해야 할 대한민국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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