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주주의 꽃이 되다
촛불, 민주주의 꽃이 되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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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난 주말, 전국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는 축제였다. 국민의 힘으로 부패한 정권을 끌어내리는 무혈혁명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는 20회였고, 참여한 연 인원은 총 1660만여 명을 기록했다.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촛불집회는 전 세계인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세기 들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린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지난 5개월 동안 2000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참여했는데 방화나 약탈은 물론 폭력사태가 단 한건도 없었다는 점은 서구 선진국 학자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로의 감정을 자제시키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퍼포먼스로 남녀와 세대를 넘나드는 축제마당으로 승화시켜나가는 과정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성숙한 시민의 힘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런 운동의 성과와 상징성으로 인해 촛불집회는 미국 MIT(매서추세츠공대)가 25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올해 창설한 `불복종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촛불혁명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충북에서도 지난해 11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 정권퇴진 충북 비상국민행동'의 이름으로 집회가 열렸다.

서울로 집중한 상경집회를 제외하고 15회 열렸는데, 연인원 4만 명의 충북도민과 청주시민들이 참여했다. 상경집회까지를 포함하면 충북에서도 약 5만 명의 도민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3일에 열린 촛불집회에는 1만5천명의 도민들이 도청 앞 도로를 가득 메워 충북 집회사상 최대인원을 기록했다. 참가단체도 역대 최대여서 전국에서는 2천여 개의 단체가 참여했고, 충북에서도 시민단체와 정당 등 85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충북에서 열린 집회의 행사비용은 6천만 원 정도가 들었는데, 집회 때마다 모금한 성금이 4천여만 원에 이를 만큼 시민들의 동참의지는 뜨거웠다.

집회사상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이번 충북 촛불집회의 숨은 일꾼은 김용직(47) 공동집행위원장이다. 그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이면서 충북 비상국민행동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행사의 기획과 집행은 물론 집회의 사회까지 맡으며 동분서주했다. 노동조합의 강경투쟁을 이끌어 오던 민주노총 사무처장이 공동상임대표와 공동대표, 공동집행위원장 등 집행부만도 수십 명에 달하는 시민단체 조직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노동조합의 강경집회를 주도하던 그가 초등학생까지 참여하는 가족단위의 대규모 시민집회를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집회 초기에는 민주노총 식의 강경발언이나 구호에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도 있었다. 그때 그가 보여준 유연성으로 충북의 촛불집회가 시민 눈높이에 맞는 시민에게 친숙한 집회로 이어질 수 있었다.

김용직 공동집행위원장이 민주노총 충북본부에 몸을 담은 것은 1997년이다. 이때부터 노동운동은 그의 삶이며 직업이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충북의 크고 작은 노동운동 현장에는 그가 있었다. 2005년 하이닉스매그너칩 파업투쟁 당시 그는 집시법위반으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렇게 파업투쟁 현장에서 청춘을 보낸 그의 따뜻한 감성은 질끈 동여맨 머리띠와 주먹 쥔 투쟁구호 속에 잠들었고, 세상을 보는 시선도 매처럼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지난겨울 차가운 한파를 뚫고 밝혀온 작은 촛불의 온기가 모이면 거대한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제 묵은 적폐들을 청산하고 모든 국민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리며 사는 세상이 될 때 까지 촛불을 꺼뜨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번 촛불집회의 주인공은 시민이다. 평범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자녀인 청소년과 어린이, 청년과 노인이 그들이다.

세대를 뛰어넘어 시민이 이뤄낸 무혈혁명이다. 세계가 놀라고 경이롭게 바라보는 이 촛불의 감동을 꺼뜨려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만들어낸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는 민주주의 꽃이 되어 후손에게 길이 물려 줄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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