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나노? 나노!
나노. 나노? 나노!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03.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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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권재술

나노 테크놀로지.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영어 단어 나노(nano)! 도대체 나노가 무엇이기에 모두가 나노에 열광하는가?

초등학교 시절, 세계 최고의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세계에서 제일 긴 강 아마존,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민족 이스라엘, 이렇게 길고 긴 세계 최고 목록을 암기하면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던 것은 작은 나라, 가난한 나라, 보잘 것 없는 내 나라에 대한 열등감뿐이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나라, 그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들어섰다. 세계는 그것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한강이 뭘 했다고 한강의 기적이란 말인가? 한강의 기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한강의 기적은 새마을 운동을 비롯한 60년대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흘린 피와 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이 나노 기술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 마이크론 본사를 방문했을 때, 안내자가 세계 반도체 점유율을 말하면서 1위 삼성반도체, 2위 마이크론, 3위 하이닉스라고 하면서 마이크론이 대단한 회사라는 것을 과시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내가 초등학교 때 암기하던 세계 최고 목록을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기적을 이룬 것은 바로 나노 기술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나노 기술이란 무엇인가?

나노란 10억분의 1을 일컫는 말이다.

즉, 0.0000000001을 의미한다. 나노미터라고 하면 미터이다. 1미터가 얼마나 되는지는 다 알 것이다. 그러면 그것의 십억 분의 일 미터는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보아라. 1미터 길이에 구슬 십억 개를 늘어놓으려면 구슬이 얼마나 작아야 할까? 현미경을 마이크로스코프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라는 것은 즉, 백만분의 일 미터를 일컫는 말이다. 현미경은 백만분의 일 미터인 작은 물체를 보는 장치라는 뜻이다. 이런 현미경으로도 나노 크기의 물체를 볼 수는 없다. 나노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전자현미경이 필요하다.

원자의 크기가 대략 미터이니 나노 크기는 거의 원자 수준에 근접하는 크기인 셈이다. 따라서 나노 기술은 원자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라도 원자가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서도 물질의 성질은 달라진다.

흑연(연필심의 재료)과 다이아몬드는 모두 탄소라는 원자로 만들어진 물질이지만 탄소원자들의 배열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값싼 흑연이 되기도 하고 아주 비싼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나노 기술이 발달하면서 매우 특별한 성질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정보화 혁명의 일등공신인 반도체도 바로 이 나노기술의 산물이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경제적 기적을 이룬 것은 바로 이 반도체 기술에서 유럽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제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적이다. 만약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아직도 세종대왕이 발명한 한글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인 나라로 머물렀을지 모른다.

이제 우리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세계 최고 목록을 암기하면서 그 옛날 내가 가졌던 그런 열등감은 갖지 않을 것이다. 이 나노기술의 힘으로 생긴 생활의 여유를 바탕으로 우리는 지금 세계에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한류를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마냥 좋아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나노 기술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빨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다시 세계최고목록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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