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 보호 그 전에 …
범죄 피해자 보호 그 전에 …
  • 이혁진<청주 청원署 청문감사관실 경사>
  • 승인 2017.03.16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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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이혁진

`1:29:300'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숫자는 하인리히 법칙의 숫자이다. 이는 큰 사고가 한번 일어나기까지 작은 재해가 29회, 조짐이 300회 정도 일어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해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 사회 곳곳에도 하인리히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각종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강력 범죄 혹은 자살의 경우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300번의 경미하고 사소한 징후까지 모든 사람들이 알 수는 없지만, 29번의 눈에 띄는 충돌 혹은 변화는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최근 충북지방경찰청 통계를 보면 도내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살인, 강도) 건수는 2011년 154건, 2012년 122건, 2013년 88건, 2014년 84건, 2015년 77건으로 매년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사건의 충격도나 사회유대감 감소로 인한 개인화, 그로 인해 시민들이 인지하는 불안은 강력사건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래서 범죄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면 피해자와 그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 만났던 한 신고자는 자신이 몇 년 전에 성추행 피해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자신을 원인 제공자로 묘사하면서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래서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자신은 범죄 피해로 인해 삶이 망가졌다고 했다. 자신이 그전부터 몇 차례 신고하고 주변에도 알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하인리히 법칙처럼 다양한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범죄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그 몫은 피해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우리 경찰은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피해자 임시숙소, 범죄현장 청소비용 지급, 상담·의료·수사·법률지원 등 무료상담, 신변보호 스마트 워치 사용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범죄 피해 발생 전 대책이라기보다는 범죄 피해 발생 후 지원하는 대책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범죄 예방을 위해 신속 출동 시스템, 순찰 강화 등의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다.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시민들 간의 관심과 사회적 유대 강화가 필요하다.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29회의 충돌, 300회의 징후를 인지할 수 있다면 강력 범죄의 발생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피해자 보호, 그 전에 범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피해가 발생하면 절대로 피해 발생 전의 상태와 같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범죄 피해 발생 전의 징후를 인지할 수 있다면 이는 강력한 범죄 예방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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