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대한 편파적인 생각
창의성에 대한 편파적인 생각
  • 김규철<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승인 2017.03.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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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김규철<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재즈를 생각해보자. 재즈는 그때그때 즉석에서 편곡해서 노래를 부른다. 다른 말로 노래를 갖고 노는 것이다. 재즈는 혼자 노래를 부를 때보다 둘 이상이 부를 때 재즈의 묘미를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재즈를 듣는 것은 황홀하지만 부르는 것은 참 어렵다. 재즈는 같은 곡이라 하더라도 부를 때마다 다른 곡이 된다. 이것이 재즈의 매력이다. 이러한 재즈는 창의성을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재즈의 맛이 아니다. 재즈를 부르는 사람들이 갖춘 기본에 대한 것이다. 그 기본은 기본악보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악보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기본이 갖춰진 연후에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무리 없이 노래할 수 있다. 그 후에 분위기에 따라 늘였다 줄였다, 빠르게 느리게 하여 감정과 분위기를 넣어 즉석에서 편곡하여 맛깔 나게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개성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개성은 기본을 갖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성이 있을 수 없다. 개성이 아니라 난장판일 뿐이다. 또 기본이 갖춰지면 비틀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창의적인 것이나 개성적인 것은 재즈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 기본을 알기 때문에 그 기본을 깰 수 있는 힘에서 나오는 것,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이런 것이다.

천재는 창의적이다. 그러나 나는 천재가 아니다. 보통사람이다. 그러므로 천재의 창의성을 흉내 내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보통사람이 예외적인 사람을 흉내 내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가망 없는 일이다. 헛수고다.

보통사람의 창의성은 반복에서 나온다. 반복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고, 그 잘못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쿵푸(貢賦)'의 한자를 우리말로 읽으면 공부가 된다. 쿵푸 고수들은 똑같은 동작을 수백 수천 번 반복하여 그 동작들을 몸에 붙인다. 실전에서 상대방의 주먹이 들어오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몸을 피하고, 되받아치면서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부(工夫)도 그런 것이다. 공부란 쿵푸다. 창의성도 쿵푸다.

쿵푸는 기본을 충실히 하는 운동이다. 기본을 충실히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여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즐겁지 않다. 우리가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이라고 말하는 주입식암기교육은 창의성의 디딤돌이다. 많이 외우고, 많이 아는 사람이 창의적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창의성은 그냥 재미있는 말장난이나 웃긴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기본이 갖춰진 사람의 말장난이나 웃긴 행동은 창의성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의 말장난이나 웃긴 행동은 창의성은커녕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알아야 할 것을 아는 것, 그 기본이 창의성을 만든다. 그것이 주입식암기교육이라 하더라도. 기본을 익힌 다음 그 기본을 깰 수 있는 능력, 그 기본을 잊어버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세상이 원하는 창의성이다. 이것이 나의 창의성에 관한 편파적인 생각이다.

창의성은 내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주위사람들이 아이디어가 많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충북참여연대홍보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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