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그들의 뇌(腦)
‘중2’ 그들의 뇌(腦)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3.15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착하고 순종적이던 우리 아이가 6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반항적이고 충동적이며, 감정조절을 잘 못한다.

자나깨나 스마트폰, 웹툰, 게임 등에 빠져 있거나 지나치게 친구들과 붙어 지낸다. 부모도 교사도 힘들다. 도대체 `중2', 이들은 누인가? 이들의 반항은 `이유 있는 반항'일까?

뇌의 발달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설명함으로 부모와 교사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

사람의 뇌는 뒤통수에 있는 부위부터 앞쪽으로 점차 발달하는데 뇌의 뒷부분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성숙 되어 있다. 그다음 `중뇌(편도체, amygdala)'부위가 발달을 하고 이마 부분의 전두엽(frontal lobe)이 가장 나중에 발달한다.

전두엽은 `뇌의 사령탑 또는 경찰관'으로 불리는 부위로 자기를 인식하고 행동을 지휘하며 각종 정보를 통합하여 뇌의 다른 부위들을 통제한다. 한편 뇌의 중앙 깊숙한 부위의 편도체(amygdala)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 정서 및 동기를 담당하는 부위로 분노, 공포, 흥분, 공격성 등을 처리한다.

사춘기(9세-18세)시기에 뇌의 전두엽과 편도체의 발달에는 차이가 있다. 편도체가 전두엽보다 더 빨리 발달한다. 이러한 전두엽과 편도체 간의 불균형한 발달속도가 사춘기 아이들의 충동적인 행동 또는 공격적인 성향을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된다.

여전히 공사 중인 전두엽과는 달리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사춘기에 완전히 발달을 한다. 따라서 덜 발달한 전두엽이 편도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형국이 뇌에서 일어난다. 성인이 되면 편도체는 전두엽의 통제를 받게 되지만 전두엽이 성숙하지 전까지는 의사결정과 행동이 변연계 내의 편도체의 지배를 더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사춘기의 중학생들은 충동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본능에 더 민감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는 행동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 되면 유난히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이 시기에 시각을 담당하는 대뇌의 새발통고랑(calcarine fissure)이란 부위는 사춘기 초반부터 발달해 시각적 자극에 민감해진다. 갑자기 화장과 패션에 신경을 쓰는 건 자연스러운 뇌 발달의 후속 행동이다. 또한 사춘기 시기에는 남학생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자보다 10배가량 많이 나오며, 충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더 적어 행동이 공격적이다. 여학생의 경우 직접적이지는 않으나 남을 헐뜯거나 수다로 공격성을 표현하고, 감정을 주체 못 하면 쉽게 우는 등 감정변화도 심해진다.

가끔 뉴스에 청소년들의 폭력 원인이 상대방이 자신을 비웃었다거나 째려보았다는 이유가 많은데 이 시기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의 표정에 대한 해석이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타인이 자신을 향해 웃을 때 성인은 전두엽을 통해 `호감', 또는 `예의'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청소년은 편도체를 통해 `비웃음'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놀란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람의 감정을 물어보면 `화가 났다', `혼란스럽다', `슬프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뇌 스캔과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청소년이 상대방의 표정을 볼 때 뇌를 촬영해 본 결과 성인과 달리 뇌 영역에서 전두엽보다는 편도체가 많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중2 때문에 북한이 못 쳐들어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 시기의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로 비유된다. 다만 뇌과학 입장에서 보면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뇌 발달이 균형을 이루어 행동에 안정을 찾아간다.

다만 너무 힘들다. 이 시기를 함께해야 할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선생님들. 혹 너무 화나고 참기 힘들 때 그 학생의 뇌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전두엽과 편도체가 보이면서 맘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