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우수가 지나면 봄비가 언 땅을 풀어놓는다>
종달새<우수가 지나면 봄비가 언 땅을 풀어놓는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3.15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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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윤 석 위

 

종달새는 종다리라고 불러야 종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
너른 봄 하늘을 한나절씩 임대해서 초소를 둔다
저 아래 개울가 너른 풀밭에 풀잎이나 자갈로 위장시킨 알이 있다
종다리는 입 속에 작은 은종을 여러개 가지고 있으면서
봄학기 동안 제 노래로 풀밭으로 넘치게 하지
소리가 넘쳐 벌판에 넘칠 때는
종달 종달 종달 봄날을 아득히 채운다
알 속 새끼들이 그 악보를 다 외울 때까지
그칠 듯 그칠 듯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묵은 고통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르쳐도 자갈은 소리내지 않는다
자갈처럼 생긴 알들은 묵묵히 어미를 따라 부르는 것이다
종다리가 초소를 지키며 부르는 노래는
새끼들의 입 속에 은종을 달아
해마다 봄날을 지배하려는 꿈
깨어나는 들꽃과 함께
아지랑이를 파도처럼 일렁이게 하는
아무도 거칠 것 없는
봄날 꿈같은 악기
그 봄의 막막한 지휘자

 


# 이름만 들어도 봄이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종달새, 하면 나른한 봄을 물고 새가 날아올 것만 같습니다. 종알종알 어린 것들의 재잘거림도 숨어 있습니다. 그런 봄도 매서운 겨울의 고통을 이겨낸 뒤에야 찾아옵니다. 봄입니다. 대한민국의 봄입니다. 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종달새 소리도 함께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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