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기 민망한 큰개불알풀
부르기 민망한 큰개불알풀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03.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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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복수초, 앉은 부채,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등 봄의 전령사라고 하는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계절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보다 더 일찍부터 피는 꽃이 큰개불알풀이다.

작고 예쁘기만 한데 큰개불알풀이라니. 이름을 부르기가 좀 쑥스럽다.

큰개불알풀은 어떤 꽃일까?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그것은 꽃 때문이 아니라 털이 송송 난 열매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꽃이 진 후 여름에 달리는 열매가 마치 개의 불알을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부르기 민망하다 하여 일부에서는 봄까치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늦은 봄까지(6월) 핀다고 봄까지꽃이라고 하였던 것이 잘못 전달되어서 봄까치꽃이 되었다고도 하는데,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처럼 기다리던 봄 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라는 의미로 봄까치꽃으로 부르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큰개불알풀은 서남아시아 원산으로 유럽에서 들어와 정착한 귀화식물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논밭의 따뜻한 곳, 흙살이 좋은 곳에서 자라며 포기당 6000여개의 씨앗을 만들어 낸다. 꽃가루를 옮겨 줄 곤충이 없는 겨울에는 수술이 말라 꼬부라지면서 암술머리에 닿아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이 된다. 꽃이 피고 바로 수분되고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씨앗은 개미들에 의해 여기저기 퍼지고 바로 그 해에 싹이 터서 자라는데 이렇게 연중 생식이 가능한 식물을 반복생식 일년생이라고 한다. 그래서 큰개불알풀은 겨울에도 조금 따뜻한 곳이라면 영락없이 꽃을 피운다. 따라서 진정한 봄의 전령사는 큰개불알풀이 아닐까?

큰개불알풀은 다른 개불알풀 보다 꽃이 크고 수술 2개가 뚜렷하게 보이나 암술은 아주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꽃은 조건만 맞으면 연중 피어나나 주로 5~6월에 청자색으로 핀다.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서 나온 꽃대 끝으로 하나씩 달리는데 꽃잎은 끝이 넷으로 나뉜 통꽃으로 좌우 두 장은 비슷하나 상하 두 장은 크기가 다르다.

이들과 비슷한 이름으로 개불알꽃이 있는데 이는 꽃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복주머니란이라고도 하며 개불알풀과는 전혀 다른 종이다. 개불알풀의 종류로는 청자색의 큰 꽃을 피우는 큰개불알풀, 줄기가 곧게 서는 선개불알풀, 홍자색의 예쁜 꽃을 피우는 개불알풀, 줄기와 잎에 털이 숭숭난 눈개불알풀 등이 있다.

개불알풀을 한자로 地(지금·땅을 덮는 비단)이라고 하는데 이름에 걸맞게 줄기가 땅을 비단처럼 덮으며 청자색의 단아한 꽃을 피우고 있다. 작지만 나름 강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금 바로 큰개불알풀을 찾아 관심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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