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도 멋스럽게 살아볼까요
아름답고도 멋스럽게 살아볼까요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팀장>
  • 승인 2017.03.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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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 안승현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전각을 수집하는 컬렉터와 짧지만 길고도 즐거운 상상의 시간을 가졌다.

아주 작은 돌에서 주먹만 한 돌에 깨알같이 작은 글이 새겨져 있고, 돌의 색에 맞추어 연, 두꺼비, 게, 동자승 등 갖가지 형태가 조각된 전각에서, 시를 감상하고 익살스런 게 두 마리를 통해 재미난 이야기를 건넨다. `창자 없는 귀공자'혹은 `옆으로 걷는 선비'라 불리는 게, 게의 등딱지는 한자로 `갑(甲)'이라하여 장원급제를 의미하고, 장원급제 후에도 하늘이 내려준 품성대로 올곧게 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우의적 표현이다. 게는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걸으니 말이다. 그런 게 두 마리가 돌 윗부분에 조각되어 있다. `소과(小科)', `대과(大科)'두 차례 모두 합격하라는 뜻이 될 것이다. 

`전각(篆刻)'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전각이란 말은 생소하지만 `낙관(落款)'이란 말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뒤 인장을 찍는 것을 말한다.

서양의 유화나 조각은 사인으로 작품완성에 따른 마무리를 하지만, 동양의 서예나 한국화, 문인화 등에서는 낙관이란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서 낙관할 때 쓰이는 인장은 낙관이 아니라 전각이라 한다.

자신만의 표현방식에 있어 멋진 인장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마침표와 같은 상징들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참으로 멋진 흥분을 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나도 이름을 새긴 전각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30여년이 넘은 지인이 새겨준 것인데 책을 구입하게 되면 구입한 날짜 아래 서명을 하고 인청을 묻혀 찍는다. 책 소장가의 표식을 하는 장서표를 대신하는 것이다. 장서표가 있다면 더욱 멋지겠지만 이만해도 충분히 좋다. 욕심으로는 아호를 받아 새긴 전각까지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멋지게 사는 방식에는 각자 취향이 있기에 어느 것이 진정 멋지다고 결론 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문학적 성향의 표현, 자신만의 취향을 살린 아름다운 표현에는 이구동성으로 정말 멋지다고 입을 모을 법하다. 왜냐면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하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동경만 하는 상황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보석의 조건 세 가지 요소 중에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만한 황홀한 아름다움이 있다. 희귀성과 내구성과 함께 아름다움이 있어야 보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외모중심적 명품브랜드로 치장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멋지다고 할까?

나는 진정 멋진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저 그런 소비와 생활의 패턴이 아닌 횟수는 적지만 질 좋은 소비와 성향,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자신만의 성향을 찾아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비용에 비례한다는 것은 아니다. 유행을 따라 맹목적인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과 기술을 의미론적으로 구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극치에 아름다움이 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할까라는 경악의 끝에 난 참으로 멋진 생활을 영위하는 놈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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