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사라진 사회
신뢰가 사라진 사회
  • 김현기<충북참여연대 사회조사연구소장>
  • 승인 2017.03.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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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김현기<충북참여연대 사회조사연구소장>

인간은 본성적으로 고통은 피하려 하고 기쁨은 추구하려 한다. 고통은 생존에 위협이 될 때, 기쁨은 생존에 도움이 될 때 울리는 감정의 신호다. 밥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고 굶으면 허기를 느낀다. 취직을 하면 기쁘고 실직을 하면 슬프다.

이처럼 고통과 기쁨은 우리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요소다.

진화생물학적 입장에서 볼 때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충족될 때 느끼는 감정이며 고통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이 우리를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곧 우리 삶의 필요와 정비례하는 것이다.

배고픔과 질병이라는 생존의 최저선을 벗어난 후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관계의 단절'을 경험할 때 사람들은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평생 나를 사랑해주시던 부모님의 죽음, 영혼의 동반자이던 배우자와의 사별, 목숨처럼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은 우리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될 때 왜 이런 고통을 느끼는가? 현생 인류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다. 체격도 작고 크게 별 볼일 없던 우리 조상인 사피엔스가 동시대 다른 인류인 호모루돌펜시스, 호모에르가스터, 호모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을 모두 통합하고 지구의 최강자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들이 최후의 승자가 된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사회성'때문이라고 한다.

사피엔스는 `언어와 인지혁명'을 통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의 일대 혁신을 이루었고 이를 토대로 동시대 그 어떤 인류도 할 수 없었던 거대한 `사회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능력은 인류의 생존과 문화발달에 핵심요소였으며 이런 유전적 특성은 DNA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전달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식문명과 인터넷 소통도구의 발달로 인해 사회공동체 크기는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 건강성의 상징이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이 우수한 조직이나 국가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행복해진다.

반대로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조직이나 국가는 갈등이 심화하고 불행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관계가 좋을 때는 기쁨을 느끼고 관계가 나빠지게 되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의 질을 나타내는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인 요소가 바로 `신뢰와 공정'이다.

한 사회에 신뢰와 공정을 튼튼히 세우는 것이 경제발전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도 사회적 신뢰와 공정이 충실해야만 가능하다. 2016년 충북참여연대 사회조사연구소의 `행복지수와 행복자본'연구발표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도민들은 38.4%에 불과했고 정부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20.8%에 그쳐 `신뢰와 공정'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최근에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뇌물 공여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것도 바로 정부와 재벌에 대한 `신뢰와 공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정성을 키우고 신뢰를 바로 세워야만 한다. 누구든 죄를 지으면 합당한 조사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국민이 부여한 합법적 권력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만 한다.

특검이 말한 경제적 사정에 대한 고려보다 사회적 공정함을 수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국가의 앞날이 국민의 안위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모든 공적 기관들이 무너진 사회적 신뢰와 공정을 회복하는 수호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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