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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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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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코 로쏘(붉은 돼지)가 되자
오 희 진 <환경과 생명 지키는 교사모임 회장>

새해가 되고 붉은 해가 모두의 가슴 속에 떠올랐다. 정해년, 돼지띠의 해가 되니 붉은 것이 또 있다. '정'(丁)이 오행에서 불을 뜻하므로 정해년은 '붉은 돼지의 해'라고 한다. 세속에서 이를 두고 무슨 계산인가를 덧붙여 60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의 해라 선전해 댄다. 올해 태어나는 아기들은 황금의 재물운을 타고 난다는 말이다. 복돼지도 모자라 황금돼지라야 성이 차는 것은 어린이까지 복은 곧 돈복이라는 그간의 세상살이의 경험칙에서 배운 것이다. 거기다 천박한 시장의 성과주의는 어디든 경쟁해야 산다는 구호를 외게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타고난 부자 아기를 위해 온 가족이 내내 무슨 경쟁 게임에 내몰리게 될까. 타고난 것도 경쟁해야 한다는 태교의 결과는 훨씬 많이 태어날 그 아기들의 미래에 어떤 앙화를 예비하고 있을까. 그 역리의 행운을 선동하는 돈의 정치학은 아마도 한해를 두고 끊임없이 자가 증식하며 돈의 투기적 힘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칫 국민적 대망의 주문이 되고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채 연말 대선에서 그 황금의 꿈만을 서로 견주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 이토록 돈의 해방구는 과연 모든 이가 바라는 새해 덕담으로 주고받아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해 붉은 해와 더불어 단심을 벌떡이게 되는 것은 그런 붉은 돈 돼지를 비나리쳐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는 그런 붉은 돈 돼지를 바라지도 말고 그런 돼지가 되지 않도록 서로에게 없는 것을 보듬는 상생의 격려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붉은 돼지를 찾아 그에게서 새로운 삶을 배우고 한 해 삶을 실현해 가는 게 도리에 맞지 않을까. 그런데 물신의 지배를 벗어나 하늘의 푸른 호기를 숨쉬는 붉은 돼지가 있기는 한가. 그렇다. 다행히도 그 돼지는 스스로 비인간을 떠나 돼지로 변신하여 비행정을 타고 하늘을 나는 포르코 로쏘(이탈리아어로 붉은 돼지)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무적의 공군 조종사였지만, 살육의 전장에서 동료의 죽음을 어쩌지 못하고 자신의 공중전에만 몰두했던 한 '사람'의 삶은 비인간적이었다. 1920년대 말 그는 자신의 성공한() 삶을 버리고 남들이 모두 더럽고 흉측하게 여기는 돼지로 스스로 변하여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를 두고 그의 적들은 그를 '붉은 돼지'라 부르며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당시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공군에서 재능을 발휘하라는 제의를 한마디로 거절한다. "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돼지가 낫다."(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

이렇게 새로운 해의 붉은 돼지는 우리의 정상의 삶을 짓누르는 물신의 마법을 푸는 법을 몸으로 내보인다. 그것은 자신을 낮춰 스스로 '비인간적' 인간에서 '인간적' 돼지로 되는 것이며, 그것도 그냥 돼지가 아닌 이상을 향해 '나는' 돼지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권위적 위계에 복종하는 것을 기꺼워하고 대신 약한 것, 소수자, 그리고 노동을 증오하며 반지성적 가학 충동에 따라 집단적 광기로 내몰리는 파시즘에 호출되는 것을 거부하라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충고한다. 이제 새해의 붉은 해는 아침마다 처음처럼 우리의 가슴에 떠오르며 삼백 예순 날을 두고 각자의 붉은 돼지를 과연 제대로 체화하고 있는지 보듬어 주리라. 그리하여 거기 크게 작게 서로 외치는 새해의 덕담을 다시 새기기를. 포르코 로쏘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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