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자리
빈 술자리
  • 김경수<시조시인>
  • 승인 2017.03.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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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수

그 언제부터인가 최부자가 초대한 술자리에 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최부자가 초대한 술자리를 굳이 마다하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최부자는 종종 지인을 초대해 술을 즐기며 친분을 돈독히 다지곤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술 인심이 좋아서 그를 최부자로 불렀다.

상주 또한 그 술자리에 초대받고 싶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창오와 상주는 최부자와 오랫동안 지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창오는 상주가 줄곧 술자리에 보이지 않자 궁금해져 갔다. 창오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의 소식을 물어봤지만 시원한 말을 듣지 못했다. 다만 소문에 의하면 상주가 최부자에게 돈을 빌려가고 나서 갚지 않았다는 말도 있고 또 하나는 최부자를 뒤에서 험담을 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그저 떠도는 소문일 뿐이었다. 어느덧 술자리가 은근히 무르익어갈 무렵 취기를 빌어 창오는 최부자에게 넌지시 상주에 대해 물어보았다. 최부자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주지 않으면서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러다 재차 물어보면 결국 귀찮다는 듯 모른다는 말로 잘라버렸다.

나중에 다른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상주가 자신의 위치를 내세우며 그것을 최부자에게 이용하려 했던 일과 평소 그를 무시했던 일들로 사소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최부자가 덮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왜 초대를 안 했는지 직접적인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최부자를 볼 때 속 좁은 사람이라고 빈정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자치고 비교적 그만한 사람도 흔치 않은 듯했다. 처음에 상주가 보이지 않을 때는 한두 번은 바쁜 일정 탓으로 돌렸지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최부자가 초대한 술자리에서 상주를 볼 수 없었다. 그런 반면 술자리를 늘 같이 했던 또 다른 지인들은 변하지 않고 술자리를 최부자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상주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추측건대 다만 최부자를 크게 존중하지는 않았어도 무시하거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일도 없었을 것 같았다. 또한 자신을 내세워 큰소리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부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능한 한 도와주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창오 또한 그 지인들과 자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주는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많은 의문이 갔다. 그가 없는 쓸쓸한 빈 술자리를 눈길로 쓸어보면서 술 맛이 씁쓸해져 왔다.

누구는 초대를 받고 누구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누구는 그 자리에 함께하는 자가 되었고 누구는 떠난 자가 되었다. 어느 누구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첫째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나를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무엇쯤이나 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대접을 받으려고 하면서 상대를 비하시켜 좀 우습게 여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알고 보면 상대는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는 필요조건이 사라지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모른척해 버리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곤 했기 때문이다. 존중과 낮은 자세라면 그 자리에 그가 보이지 않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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