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기문
다시 반기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3.05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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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인생을 말할때 우리는 흔히 롤러코스터라 말한다. 기쁨과 좌절이 반복되는 삶의 순간들이 마치 롤러코스터 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한국 시간도 그랬다.

지난 10년간 UN사무총장으로 세계 대통령이란 추앙을 받던 반 총장이 지난 1월 12일 인천공항에 발을 내디디면서 시작된 국민 열차는 롤러코스터 못지않은 속도 무제한에 방향키 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반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를 몰고 오면서 짧은 한국 적응기간 동안 잦은 실수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대선의 길이 가까워지는 듯했다.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어느 순간까지 꾸준히 1위를 유지한 것은 반 총장에게 거는 기대감과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2월 1일 반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해 지지자들을 혼선에 빠트렸다. 중도 하차설이 예견된 바 있긴 하지만 급작스런 퇴장 선언에 파장은 컸다. 갈등과 분열로 양극화되어가고 있는 국내 위기상황을 UN사무총장으로서의 경륜과 신뢰로 대화합을 이끌길 바랐던 지지자들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반 총장의 대선 불출마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이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는 그가 정치 정글에서 벗어나면서 한국의 상징적인 인물로 존경받을 수 있게 됐다는 안도의 환영이었다. 20일 남짓 한국의 정치권에 발을 들인 시간이 반 총장의 입장에선 인생 최대의 롤러코스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대권 도전을 접은 반 총장이 한 달간의 침묵을 깨고 고향인 충북에서 대중과 만나는 첫 자리를 갖는다고 한다. 충북경제포럼에서 오는 8일 반 총장을 초청해 `급변하는 국제사회와 세계경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대중 강연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제 정세에 밝은 경험으로 기후환경 변화 대응, 트럼프 시대 미국 보호무역주의 전망과 시진핑과 중국의 변화 등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하니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비록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에서 멀어졌지만 다른 영역에서 반 총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그가 세계를 누비며 쌓은 풍부한 경험과 도전 정신, 국가 간의 네트워크와 인맥도 한국의 자산이다. 국가 간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는 국제사회에서 반 총장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반 총장은 여전히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 가난한 나라에서 자라 UN사무총장이라는 세계적인 지위에 오르기까지 한국인의 끈기와 성실을 보여준 인물이다. 더구나 아시아에서도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반 총장의 업적을 개인의 성공으로만 치부해선 안 될 것이다.

그의 오랜 경륜은 한국사회에서 좌절한 청년들에겐 강연을 통해 용기를 줄 수 있고, 열악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유엔에서의 경험을 살려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갈등의 한국을 통합의 길로 이끄는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며, 국제정세의 변화에 발 빠른 조언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국가 원로로서 사회문제와 현안에 대안을 만들고 새로운 모델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대외 활동의 경험을 통해 고국에서 인재를 키우고 글로벌한 국가로 이행하는데 그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권력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건강한 원로로서 다시 반기문이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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