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말로만 상생(相生)
농협, 말로만 상생(相生)
  • 박명식 기자
  • 승인 2017.03.05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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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박명식 부장(음성주재)

음성군 금왕농협 파업 사태가 130일째를 육박하고 있다.

노사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파업이 장기화되는 과정에 금왕농협은 지점 2곳을 폐쇄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조합원들의 불편으로 가중됐다. 금왕농협이 기어코 파행의 길을 택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아 씁쓸하다. 갈등의 시작은 `성과연봉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금왕농협 노조와 사측은 단체협약에서 성과연봉제 운영이냐 철회냐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노조는`저성과자 평가금지'를 주장하며 맞섰다.

성과급제는 1999년 기업의 신자유주의 경영방식을 공공부문에 도입하면서 시작된 제도다.

도입 당시 경쟁과 효율 제고가 목적이었지만 부서와 구성원 간 경쟁관계를 유발시키면서 조직을 와해시키는 폐단이 발생했다.

권력자 앞에 구성원이 줄서기를 할 수 밖에 없고, 권력자의 부정부패를 눈감을 수 밖에 없는 맹목적 충성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는 평가자의 주관적 견해가 권력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성과 저하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성과급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최근 민간 기업에서는 성과급제를 폐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금왕농협과 이웃사촌인 음성농협도 성과급제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되면서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지난해부터 금왕농협의 노사 갈등을 조정·중재해 온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역할의 중심축을 무너뜨리고 사측을 비난한 것도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방노동위는 지난달 20일 `금왕농협 조정안 사측 거부로 결렬'이란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방노동위는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대부분의 조정안을 수락한 노조와 달리 농협중앙회의 권고와 타 농협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며 조정안을 거부한 금왕농협 사측에 지극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농협은 협동조합의 협동을 기본 이념으로 하면서 그 안에는 그 구성원 내부의 경제적 협동 즉 상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상생이란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을 뜻한다. 금왕농협은 노조와 상생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왕농협 사측은 거세게 반항하는 노조가 지긋지긋하게 싫고 와해시켜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사측이 농민이 만들어주고 지역주민 모두가 키워준 농협을 멋대로 문을 닫고 말고 하는 것은 권리남용인듯 싶다.

오로지 먹고 살기위해 바둥대며 사측에 저항하는 노조는 아무리 그래봐야 약자일 뿐이다.

파탄을 맞은 금왕농협을 정상화시키고 노조와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아마도 금왕농협 사측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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