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대한 신뢰
조직에 대한 신뢰
  • 반순환<청주 청원보건소 보건행정팀장>
  • 승인 2017.03.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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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반순환

오전 6시 30분. 동녘이 밝아오는 시간, 주위는 아직 어둠 속에 있었다. 겨우 주차하고 강연장에 들어서자 장내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했고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감독의 강연은 바로 시작됐다.

“여러분은 슈틸리케 감독을 아시나요?”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란 대답을 하며 모두들 바라보았다.

“여러분은 40년밖에 안 된 짧은 한국 양궁역사에서 25년 동안 세계정상을 지키며 금메달을 안겨준 양궁에 언제 열광하셨나요? 혹시 올림픽 경기 때만 열광하고 그 후엔 까맣게 잊지는 않으셨나요?” 그는 그동안 우리 선수나 감독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양궁대표팀은 8연패의 금자탑을 쌓으며 그 실력을 보란 듯이 입증했다. 1984년 LA올림픽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32년간 이어진 우리 양궁 대표팀의 연승. 그러나 그것은 결코 당연한 우승이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이 양궁장비시장을 석권하고 있어서 때때로 양궁 장비 문제로 발목이 잡혔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자 직접 장비개발을 시작해 10년 만에 성공했다. 지금은 세계 양궁 장비의 67%를 국산 양궁 장비가 장악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세계양궁연맹을 통해 국제경기 방식을 열두 번씩이나 바꾸며 한국 양궁의 독주를 막으려 했지만 뼈를 깎는 고통으로 새로운 경기방식에 적응했다. 그렇게 계속 왕좌를 지켜온 우리 양궁대표팀과 대한양궁협회에 외신들은 경의를 표했고 동시에 비결을 캐면서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와 양궁협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국 양궁의 저력과 역량은 첫째가 철저한 대상자 선발에 있다고 한다. 열 달의 산고 끝에 아이가 태어나듯 한국의 양궁대표도 10개월간 10차례 선발전을 치르는데 이 선발전은 다면평가를 통해서 체력, 정신력, 집중력, 담력, 승부근성,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극기력 등을 검증하며 전년도 남녀 랭킹 100위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4명의 선수를 세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고, 그 실제경기에서 강한 자로 최종 3명을 선발하게 된다. 실로 엄청난 경쟁이다.

두 번째는 철저한 대상자 육성에 있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지 않고 극한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승부근성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훈련방법을 끝없이 개발, 선수들에게 접목함으로써 어떠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뤄낼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철저한 관리와 치밀한 준비로 최고의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가 솔선수범하고 혹독한 훈련과정에서 선수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일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매순간 대화하고 교감하며 고통을 공유하면서 상호 간에 쌓인 신뢰가 저절로 소통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에 대한 신뢰라 한다.

혹독한 경쟁과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훈련해야 하는 선수들이 조직을 믿을 수 없고 선발과정을 믿을 수 없다면 훈련에 몰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동안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추락을 봤고, 박태환 선수가 수영훈련장이 아닌 꿈나무 수영교실에서 훈련하는 것을 봤다. 박지성이라는 훌륭한 선수를 발굴한 것은 우리나라 대표팀 코치가 아닌 히딩크 감독에 의해서였다. 자신들이 몸담은 조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오직 원칙에 의해 평가하고 선발한다는 확신 하에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강연 내내 누누이 강조한 `조직에 대한 신뢰'란 말이 내 마음을 강타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 믿을 수 있는 조직.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원칙이 지켜지는 조직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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