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모셔온 청주시
대형마트 모셔온 청주시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3.01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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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예견된 일이 터졌다. 일부에서는 환영하고, 일부에서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청주테크노폴리스가㈜이마트와 청주테크노폴리스내 유통상업용지를 360억원에 팔았다는 게 최근 알려졌다.

2개월이나 꼭꼭 숨겨놓았으니, 그 `비밀주의'에 탄복하기에 앞서 과연 이게 타당한 일인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는 현재의 청주산업단지에 맞닿아 있는 신생 산업단지다. SK하이닉스 새 공장도 들어서는 등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한 직장과 주거개념이 공존하는 `테크노폴리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 테크노폴리스의 산업용지를 잘 분양하려면 그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그 일부가 아파트 용지분양대금이며, 나머지가 상업용지 매각대금이다.

문제는 공공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상업용지를 지역상권 침탈에 가장 앞장서는 대형마트에 팔았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코스트코라는 미국계 대형마트와 계약을 추진해왔었지만, 결국 청주에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개점한 이마트와 도장을 찍었다.

청주시는 ㈜청주테크노폴리스의 2대 주주이지만, 사실상 이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상업용지를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팔았다는 것은 청주시가 지역상권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공성을 배척하고, 주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땅장사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난을 살만하다.

물론 반론도 있다.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통시설이 필요하다는 것과 소비자들의 소비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창고형 대형마트가 오는 것을 반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역시민단체나 학계에서 이곳에 상생형 유통시설 설립 등 대안을 마련하라고 할 때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던 청주시가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큰 피해를 몰고 올 게 자명한 대형마트를 스스로 유치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주시민들은 현대백화점 충청점과 롯데아울렛의 입점 이후 성안길이나 기타 지역의 소상공인, 전통시장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드림플러스 문제만 해도 결국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청주지역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이 전기요금조차 내지 못할 정도인데다, 지역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창업과 폐업을 되풀이하면서 가계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청주시는 이렇다 할 대책 마련도 없이 대형마트를 불러들였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의 격주 일요일 휴무를 평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니, 지역상권 보호에 대한 청주시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계약서를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전통시장과의 상생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를 불러들이는 것만큼 지역민들에게 배신감을 주는 일이 있을까.

차라리 지역상권 보호를 외치지 말고, 명절 때만 되면 전통시장에서 장보기를 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주지역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청주시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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