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의 심판
파리스의 심판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3.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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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신들의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트로이전쟁은 트로이의 황자 파리스(Paris)로부터 시작된다. 신들의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분개한 에리스는 혼인잔치의 좌중에다 황금사자 한 알을 던졌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신에게'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그 매혹의 사과를 손에 넣기 위해 최고의 여신들-헤라(권력), 아테나(지혜), 아프로디테(미)-이 서로가 더 미인이라고 다투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은 결판을 못 내고 제우스를 찾아갔다. 그러나 제우스는 누구에게도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 트로이의 왕자이지만 양치기로 숨어 살고 있는 파리스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심판을 맡긴다. 파리스 앞에 선 헤라는 자기를 선택해 주면 파리스에게 세상의 모든 존재를 무릎 꿇게 하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세상의 모든 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의 `지혜'와 전쟁에서의 영광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이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 황금사과를 주었고 아프로디테의 보호 아래 스파르타로 갔다. 스파르타의 왕 멜넬라우스는 손님으로 찾아온 파리스를 지극히 환대하였다. 멜넬라우스의 아내 헬레네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둘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약속한 대로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주어 트로이로 도망치게 한다. 이로부터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고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게 된다.

파리스는 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선택했을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중 헤라의 서열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헤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이었다.

왜 아프로디테였을까. 아프로디테, 바다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는 원초적 생명력의 상징으로 자기 욕망에 충실했다. 올림포스 여신 중에 가장 많은 아이를 두었고 가장 많은 연애를 하였으며 그녀가 시선을 둔 곳 어디에도 사건이 생겼지만,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잘 살아갔다. 욕망의 아이콘 아프로디테는 타인의 욕망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욕망을 파리스 자신보다 더 정확히 간파했던 것이다.

토스토에프스키는 “아름다움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신과 악마는 전투를 벌이며 그 싸움터는 인간의 가슴(`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이라고 말했다. 미(美)를 착한 신과 악마 중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때로는 목숨까지 걸고 성형수술대에 오르고 부작용을 예상하면서 얼굴에 주사를 바늘을 꽂는 행위는 신의 영역일까, 악마의 영역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의 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그 자세한 내막을 시골의 미미존재인 필자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불거져 나온 의혹의 찌꺼기들(각종 주사와 성형시술 등)로 보건대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남녀의 욕망은 가치 판단의 명제가 아니다. 철학자 이주향은 “삶이 피폐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 안의 아프로디테를 억압하지 말아야 하며,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내 안의 아프로디테가 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아프로디테 없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없으나 아프로디테에 사로잡혀서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없다.”라고 미의 중립적 가치를 말한다.

다만 중년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사람에게 미(美)에 대한 욕망으로 중독 시키고 거기서 떨어지는 권력의 부스러기로, 파리스처럼 심판할 수 있는 힘을 얻어 사익을 위해 권력을 휘두른 그들. 그리하여 트로이처럼 내 나라 내 조국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간 그들. 3월은 그들을 심판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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