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유재윤<미군훈련장저지대책위 상임대표>
  • 승인 2017.02.26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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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유재윤

절기상으로 보나 계절의 흐름으로 보나 봄이 오긴 오는가 보다.

그러나 진천군민들 마음속의 봄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아니 봄은커녕 오히려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이다.

국방부가 진천군 진천읍 문봉리와 백곡면 사송리 일원에 미군 독도법 훈련장을 조성하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진천군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방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미 이 지역의 토지 및 지장물 보상 위·수탁 양해각서까지 체결하고 일을 구체화 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금까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간의 진행 상황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을 추진해왔다.

이것이 진천 군민이 반발하는 첫 번째 이유다.

아무리 국가 기밀이라 하지만 그 이해 당사자인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와 사전 협의 내지는 주민 설명회 한번 없이 일을 추진하다, 언론에 그 음모가 노출되니 이제 와서 업무 협의니 주민공청회를 운운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어불 설성일 뿐이다.

또한 훈련장 조성 예정지는 진천군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이며 생거 진천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해 주는 진천군의 보고(寶庫)이다.

이 주변엔 국가사적지 414호인 김유신 장군의 태실이 있고 생가가 있으며, 동양 최대의 목조 건축물인 보탑사와 진천군민들의 힐링처인 만뢰산 생태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천혜의 관광자원인 백곡호가 위치해 있고,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도 서식하고 있으며 백곡호 수상레저시설과 둘레길을 연계한 관광지 개발로 진천군은 이 일대를 연간 100만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가고 있다.

더불어 인근에는 4개 마을 주민 17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종교시설인 천주교 수녀원인 무아의 집과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성지 가운데 하나로 도 기념물 150호인 배티순교 성지가 위치하고 있어 전국에서 연간 100만명 이상의 신도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데도 국방부가 무리수를 두어 이곳에 훈련장 조성을 강행한다면, 이는 진천군민의 생존권과 생거 진천이라는 브랜드의 존폐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로 진천 군민이 반발하는 두 번째 이유다.

항간에선 `이거 또 님비(nimby:우리지역은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 아니냐'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곤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절대 님비가 아님을 밝혀 두고자 한다.

흔히 민간주도 사업이든 정부주도 사업이든 간에 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여건과 맞아떨어져야 하고 사업의 적법성이라든가 효율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중 어느 한 가지도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진천군은 지금까지도 초평면의 군부대와 진천읍 사석 일원의 군사시설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이고 각종 개발제한 등 많은 피해를 보아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또다시 진천군민의 의사에 반하는 군사 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은 진천군민들을 완전 무시하는 적반하장격인 셈이다.

지금까지 말한 이런저런 사유가 진천군민이 미군 훈련장을 목숨 걸고 반대하는 마지막 이유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춘래불사춘. 봄은 오고 있지만, 분명 봄은 오고 있지만, 아직도 진천 군민들의 마음이 엄동설한인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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