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의 하루
시시포스의 하루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02.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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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바람은 또, 오늘이란 시간을 어둠속으로 쓸고 지나간다.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내 나이가 지천명을 넘어선 지 이태다. 공자는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기에 세상살이가 이다지도 옹차지 못할까. 나이가 듦에 따라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즐기며 살아가야 함에도 웬일인지 점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 또한 점점 커져만 간다. 게다가 점점 빨라지는 시계가 야속하여 조바심을 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무엇인가에 대한 목표를 세운 순간 매번, 열심히 그곳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그곳에 다다르면 언제나 행복은 잠시 머무를 뿐 나는 언제나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자신을 보곤 했다. 그것은 아마도 나태해지는 나의 모습이 두렵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 코린토스 왕국에는 시시포스라는 왕이 살았다. 그는 욕심이 많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여객과 방랑자를 살해하기도 했다. 시시포스 왕은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자신을 데리러 오자 오히려 타나토스를 잡아 족쇄를 채워 한동안 아무도 죽는 이가 없었다. 결국 전쟁의 신 아레스가 타나토스를 구출하고 시시포스를 데려갔다.

하지만 시시포스는 죽기 전 꾀를 내어 아내에게 죽으면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일러뒀었다. 그래서 저승에서 제사를 받지 못하자 저승의 신 하데스에게 아내에게 제사를 지내도록 설득하기 위해 이승으로 다시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코린토스에 가서는 저승에 돌아오기를 거부해, 나중에 헤르메스가 억지로 돌려보냈다. 그 후 시시포스는 저승에서의 벌로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야 했다. 하지만 정상까지 올려놓는가 싶으면 돌은 언제나 다시 밑으로 굴러 내려갔다. 그렇게 그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카뮈는 자신의 저서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의 이러한 반복된 행위를 `죽음'이라는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 `삶'이란 바위를 올려야 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시시포스의 되풀이되는 언덕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행위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뮈는 이러한 부조리한 실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하지만 숨이 넘어 갈 듯 힘들다가도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밤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또한 고통이 될 수도 있는 무거운 돌을 굴려야하는 아침을 맞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우리들의 운명이다.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요즘, 듣보고 싶은 않은 부조리한 세상사 앞에서 새삼 시시포스의 하루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크고 작은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다. 그로인해 우리는 뜨거운 태양을 향해 매일 무거운 돌을 굴려야 하는 것이 숙명이 되어 버린 것인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보편적 가치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의미 있는 삶일까 자문해본다. 누군가에게는 평등, 정의, 신의가, 또 다른 누군가는 돈과 명예, 권력이 언덕으로 밀어 올려야 할 돌이 될 것이다. `다름'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정되어야 할 가치이다. 이렇든 사람들은 혼돈된 가치로 인해 갈등하고 조정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각 개인은 혼돈된 가치 중에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행동과 `도덕성'이 다르게 된다. 우리는 벌을 받으면 죄를 받고, 물질보다는 정신적 가치가 더 소중하다고 배워 왔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 가치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고 이념의 기치가 다르다 하여 적으로 치부하여 비방을 일삼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고, 존경할만한 어른이 많지가 않다. 적어도 이 나라의 어른이라면, 이제 세상을 막 보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이 의미 있는 삶인지는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 굴려야할 시시포스의 돌 앞에서도 당당해 질 수 있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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