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봄이다
상쾌한 봄이다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팀장>
  • 승인 2017.02.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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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이른 아침, 집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212-3번 버스를 기다린다. 얼마 전 사고로 기사님이 있는 커다란 차를 타고 다닌다.

종착지까지 1시간 남짓 소요되는 버스는 출발지인 관계로 달랑 아내와 단둘이 첫 손님이다.

목적지인 두산리까지는 40여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요일인지라 중간에 한두 명 탔다가 내리는 정도다.

두산리 정류장에 내리는 순간 앞에 놓인 등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버스 안에서의 갑갑한 공기로 채워진 내 몸을 한 번에 환기시켜준다.

코로 들어오는 이 상큼한 공기. 너무 오랜만에 오는 거라 그런지,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내내 얼굴과 몸으로 받아내는 남쪽으로부터의 공기는 너무나 상쾌하다. 결국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멀리서 한 마리의 강아지가 짖어대고, 수로 옆 풀밭 새들의 지저귐이 귀까지 즐겁게 해준다. 행복한 날의 시작이다. 대문을 열고 겨우내 보지 못했던 마당의 녀석들을 보고, 집 뒤편의 느티나무 아래 표고버섯을 찾는다. 겨우내 혹 나왔나 싶었다. 역시나…, 겨울이었지.

봄이다. 봄이라는 한 단어로도 온몸에 환희가 샘솟는다. 얼마 전 발생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은 어디로 갔는지 아내의 만류에도 표고목을 새로이 준비하고, 전지가위와 톱을 들고 가지치기에 들어간다. 대추나무를 시작으로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스토로브 잣나무,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단풍나무와 주목까지 손을 보았다.

주체할 수 없는 동작의 시간 속에서 온몸은 데워지고 피부로 직접 봄의 신선한 공기를 맞이한다.

아아~ 크게 숨을 몰아쉬니 가슴이 뻥 뚫린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온몸이 상쾌한 봄 공기로 정화되는 기분이다.

마당 한쪽엔 지난해 딸기의 순이 뻗어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 포도꽃에 벌이 붕붕거리고, 오이꽃은 앙증맞게 열매를 달고, 버섯이 나무껍질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매화의 꽃눈은 벌써 열매를 달고, 아이리스와 서향은 지난해 묵은 잎을 밀쳐내고 새순을 보인다. 2월인데 마당 구석구석에선 3월이 보이고, 5월을 준비하고, 10월의 열매를 잉태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작이다. 매년 반복되는 해가 아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배치하고, 정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올해는 장독대 옆으로 수선화를 심을 예정이다. 남쪽의 해를 함빡 받을 수 있는 곳에는 감나무 가지를 타는 다래는 옮겨야겠다. 그래야 감나무가 힘들지 않을 테니까. 가지가 너무 장대한 자두나무는 강전정을 해야겠다. 수형을 먼저 잡아줘야 하니 한해 정도는 열매를 안 달아도 되겠지 뭐. 그래 너희들과의 오랜 시간 속에서 함께 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면서 내 머리는 행복한 상상의 농사짓는다.

이제 시작인데 가슴은 뛰고 몸은 이리저리 분주하다.

밥을 안 먹어도, 쉬지 않아도 피곤하지가 않다. 오히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이곳으로 초등학교 친구 가족들이 놀러 올 것이고, 대학 동기 녀석들이 와서 텃밭의 푸성귀를 뜯어 먹고 하룻밤 자고 가겠지. 내 주변 사람들이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래서 더 신이 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 삶에 커다란 부분으로 자리 잡은 행사가 열리는 해이다. 매회 하는 행사라지만 늘 가슴에 무거운 부담감을 느낀다.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언제나 부담감 없이 신나게 뛸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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