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엔테 합창단의 메아리
루시엔테 합창단의 메아리
  • 임도순<수필가·음성농기센터 소장>
  • 승인 2017.02.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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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빛나는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다. 루시엔테는 과테말라 천사의 집에서 날아온 19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특별하게 꾸미지 않고 각자 부족 고유의 옷을 입고 있다. 성당에 울려 퍼지는 노래에서 희망의 반짝거림을 본다.

깨어진 유리 같은 상처가 있는 그들이 각자의 색깔로 빛나는 별이 되고 있다. 합창단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심사를 거쳤단다. 천사의 집에 130명 중 7세 이하를 제외하니 90명. 그중에 입소 1년 미만과 목소리 못 내는 아이, 가사 못 외우는 아이를 빼니 17명이 남았다. 추가로 춤 잘 추는 5살 아이와 그의 언니를 포함하여 19명으로 구성되었다.

두 명에 봉사자의 열정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음악에 전문가가 없어 서로 돕고 배우며 지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피아노 연주자는 어릴 때 배운 것이 전부였지만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노력하였고, 지휘자는 합창의 경험이 없어 서로 협의하며 이끌었다고 한다.

과테말라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작고 가난한 나라다. 스페인령에서 독립한지 이백년이 지났지만 정부를 수립한 지는 삼십년밖에 안 되었다. 오랫동안 게릴라의 저항에 국력이 소모되었고, 반복되는 정권의 단명으로 살기 어려운 살림살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50년대에 청주에 도착한 신부들의 도움을 받았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미국에서 익숙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한국에서 사랑을 베풀었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50년이 지난 세월에 과테말라에 천사의 집을 세우고 사랑은 다시 이어져서 흘러가고 있다.

사랑은 끝이 없어야 한다. 공연을 본 다음날 아침에 체험에서 나오는 소중한 말을 들었다. 동생이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얻은 경험을 말한다. 맨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안타까워 그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단다. 처음에는 운동화를 신고 뛰어노는 그들을 보면서 만족하였으나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였다. 운동화가 낡아서 버리고 나니 맨발로 뛰어다니지 못하게 되더란다. 단순히 안타까워서 하는 사랑이라면 아니함이 좋다는 뜻이다.

천사의 집을 운영한 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과 함께하며 지구 반대편 이국땅에서 사랑을 베푸는 신부님을 바라보니 티 없이 맑은 눈이 반짝인다. 젊음을 한껏 자랑하고 뽐낼 나이인데 사랑으로 감싸주고 보듬는다. 이역만리 먼 땅에 내린 뿌리가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이어져 나아가는데 의심에 여지가 없다.

따뜻한 정을 나눈다. 공연이 끝나고 성당에서 서로 마련한 선물이 오고 갖다. 사랑을 나누는 자리에는 너 나 없이 표정이 밝고 아름답다. 나도 성당 밖에 자리한 봉헌함에 사랑을 넣었다. 별빛이 내리는 소리, 그 소리가 귓전을 계속 울린다. 나에게 사랑의 소리를 듣게 해 준 루시엔테 합창단의 메아리가 추억의 자리에 편안하게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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