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행한 이유
우리가 불행한 이유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2.19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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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2월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와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 상권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는 남전 선사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남전 스님이 장원에 가시니 장원의 주인이 미리 준비를 해서 영접하여 받들었다. 남전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노승이 평소에 나들이를 할 적에 사람에게 알도록 하지 않았거늘 어찌 일찍이 모든 준비를 해서 이렇게까지 했느냐?”

주인이 말하기를 “어젯밤에 토지신이 와서 보고를 했습니다.”남전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왕 노사가 수행이 힘없어서 귀신이 엿보는 것을 입었도다.” 시자가 문득 묻기를 “이미 위대한 선지식인이신데 어찌하여 문득 귀신들이 엿보는 것을 입었나이까?”남전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토지신 앞에 밥 한 그릇을 더 놓아라.”

중국에는 장원이 많았나보다. 남전 스님께서 평소에 나들이를 할 적에 누구한테 알려주지 않고 그곳을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고 하셨다는 것이다.

시자가 “대선지식인인데 어찌하여 귀신이 엿보았습니까?”하고 묻는 데에 대해서 남전 스님께서는 “토지신 앞에 밥 한 그릇을 갖다 주라”고 하셨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에게 숙제를 주어 고민하게 하는 듯하다.

남전 스님이 순세(順世)할 적에 제일좌가 묻기를 “화상께서는 백년 후에 어느 곳을 향하여 가겠나이까? ”남전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산 밑에 한 마리의 암 물소가 되어 갈 것이니라.” 그가 말하기를 “제가 화상을 따라서 갈 수가 있겠나이까?” 남전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만약에 나를 따라올진대 모름지기 한 줄기의 풀을 머금어야 비로소 옳다.

순세란 세상 떠나는 것을 말한단다.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을 전부로 보고 이 세상을 떠나면 세상과 이별한다고 해서 별세라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생사가 본래 없는데 생사의 인연에 그대로 수순할 뿐이라 죽는 것을 순세로 본단다.

남전 스님은 죽고 난 후 “산 밑에 한 마리 암 물소가 되어 갈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물소는 사람도 아니고 축생이다. 시자가 함께 그 길을 갈 수 있을는지 간청하니 암 물소가 된다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조사들이 도를 깨치고 세상에 나와서 세상을 교화하고 여러 군데 드나드는 것을 수수입전, 손을 드리우고 시장 복판에 들어가 비로소 얻는다는 것처럼 정체성이 같아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었다는 요즘 청년들에게 자기계발서는 10년 전보다 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단다.

2006년엔 자기계발서·토익서 등이 강세였는데 10년 사이 순위권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노력을 강조하는 자기계발 대신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등 내면을 다스리는 대처법 관련 서적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일찍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살며 아파도 청춘이니 견디라고 했던 기존의 책. 그 기존 자기계발서 등의 서적들로 스펙을 만들어도 취업이 불가능해 보이는데 읽어서 무슨 소용이냐는 것 아니겠는지.

그러니 지금은 내면을 다스리는 대처법으로 관심이 변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것일는지도.

이는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환경이나 능력 탓이 아니라는 것.

위 시자의 물음 “이미 위대한 선지식이신데 어찌하여 문득 귀신들이 엿보는 것을 입었나이까?”처럼 그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격려를 담은 듯한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라는 유명한 문장이 나오는 세계적인 작가 파울루 코엘루의 대표작 `연금술사'가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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