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태블릿PC 동시 채점 57개 항목 70점 이상 `합격'
시험관·태블릿PC 동시 채점 57개 항목 70점 이상 `합격'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2.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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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로주행시험 도입 20주년...현장을 가다

긴급차량 길터주기 등 포함… 평가기준 엄격

`베테랑' 재발급자도 깐깐한 시험에 한숨만

감점 폭 커 사소한 실수 몇번에 결과 좌우

윗사람이라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어'. 아랫사람은 자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전 세대가 걸어온 길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운전면허시험장이다. 면허시험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숱한 변화를 겪었다. `옛 면허'라고 해서 자랑스럽게 내밀었다가는 웃음을 살 정도다.

송모씨(55·진천읍·1991년 면허취득)는 요즘 들어 한숨이 부쩍 늘었다. 면허가 취소돼 다시 따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특히 도로주행 시험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는 학과·기능시험만 보고 면허를 손에 쥔 그야말로 옛 응시자다. 수십 년간 도로 위를 누볐던 베테랑(?)인데도 생소한 시험 앞에선 작아진다.



도로주행 시험이 시작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취재진은 그간의 변화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17일 청주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이날 두 번째 도로주행시험이 열린 오후 1시. 주행시험 교육장에 응시자가 몰려들었다. 시험을 치르기 전 교양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시험관은 원서를 확인한 뒤 주행시험 코스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지루할 법도 하지만 응시자들은 행여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쫑긋 귀를 세웠다.

30여분에 걸친 교육이 끝나고 시험이 시작됐다. 응시생이 차량에 탑승하자 시험관은 태블릿PC를 이용해 주행 코스를 추첨했다. 4개(A~D)로 나뉜 코스가 무작위로 배정됐다.

잠시 후 `주행시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십시오'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응시자는 코스별 도로 환경에 따라 운행을 이어나갔다. 회전구간 통과, 신호대기, 차선변경 등 수행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평가과정도 엄격했다. 감점 요인이 생기면 시험관과 태블릿PC가 동시에 채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가에 주관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주행 시험은 운전역량 향상에 초점을 두고 이뤄지고 있다. 출발 전 준비부터 운전자세, 법규준수, 종료 시 안전 관련 사항 이행까지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다.

평가항목만 57개다. 지난해 말 새 운전면허시험이 시행하면서 항목이 줄긴 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더 까다로워졌다.

이를테면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속도 준수, 긴급차량 길 터주기가 평가항목에 포함됐다.

응시자는 이들 기준을 지키며 약 5㎞를 운전해야 한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인데, 감점 폭이 커 사소한 실수 몇 번에 당락이 갈린다.

면허 전환을 위해 응시했다가 탈락한 유모씨(56·청주 상당구·2종 보통 면허 소유)는 “우리가 면허를 딸 때는 주행시험 자체가 없었다”면서 “그래도 운전 경력이 있어 쉽게 합격할 줄 알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주행시험제도 시행 전 면허는 학과와 기능시험만 통과하면 딸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면허 시험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1997년 주행 시험이 시작됐다.

그 해 2월 17일은 청주운전면허시험장에서 주행 시험이 처음 열린 날이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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