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별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7.02.16 2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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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그들과의 이별이 네 번째이다.

처음 만난 그의 이름은 프레스토였다. 그는 빛이 바랜 파란 색 낡은 옷을 입고 나이가 많이 들어 몸이 허약하였다. 그러나 생애 처음으로 마련한 우리 가족의 전용차車였으므로 식구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았다.

아침저녁으로 깨끗이 몸을 닦아주고 행여 몸이 상할까 조심하며 다루었다. 남편이 운전하는 자가용을 탈 때마다 그 옛날 아이들을 등에 업고, 앞세우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힘들게 버스를 탔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너무나 편하고 감사하여 우리 가족의 보물로 여겼다. 그와의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나이가 많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차인지라 어느 날 가족여행을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 한가운데 멈추어서고 말았다. 그렇게 그와의 이별이 끝났다.

두 번째 만난 그는 엑센트였다.

짙은 회색 옷을 입은 건강하고 윤기가 흐르는 새 차였다. 친정어머니께서 사주신 차였기에 더욱 소중하고 애정이 가는지라 차를 탈 때마다 흐뭇하고 새 차를 타는 기분에 자주 여행을 떠났다.

사람의 몸이 어리다고, 젊다고 병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차도 마찬가지였다. 젊고 건강해서 오래 잘 달릴 줄 알았던 그가 남편의 제자 결혼식에 주례를 맡아 서울로 가던 중에 갑자기 고속도로에 멈춰 선 것이다. 그를 치료하는 데 큰돈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고 다른 차와 부딪치는 등 잔병치레를 하여 서운했지만 이별을 했다.

세 번째 만난 소나타는 별 탈 없이 우리들의 발이 되어 10여 년을 함께 하고 이별한 뒤, 소렌토와 네 번째 인연을 맺었다. 몸이 육중한 소렌토는 이른 새벽에도, 캄캄한 밤에도, 추위와 더위에도 그저 우리가 원하는 곳이면 마다 않고 충실한 일꾼이 되어 우리 가족의 나들이를 편하게 해주었고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행복을 안겨 주었다.

무쇠도 오래되면 병이 나는 가 보다. 무려 14년 동안 27만 킬로를 종횡무진 하더니 힘이 소진되었는지 고개를 오르는데 숨을 헐떡거리고 드디어 고개 중간에서 쉬었다 가잔다.

소렌토는 14년 동안 병치레도 하지 않고 사고 한 번 없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차였다. 폐차장으로 그를 보내기 전부터 이별을 생각하면 마음이 허전하고 아쉬웠다. 그를 보내는 날, 남편과 나는 차를 사이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하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별은 기쁨보다 슬픔을 더 많이 동반한다. 사람과의 이별만 슬픈 게 아니라 키우던 동물과의 이별 역시 마음이 아프다. 나는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소가 병이 나 끝내 눈을 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소를 묻고 식구들이 밥도 먹지 못하고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있어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살아있는 닭들과 소, 돼지를 땅에 묻은 축산 농가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구제역이 발생한 곳이 우리 고장인 보은으로 가장 많고 전국적으로 도살 처분된 소가 1,400여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니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 구제역이 한풀 꺾이는 양상이라니 정말 다행한 일이다. 생명이 없는 차(車)와의 이별도 마음이 언짢은 데 정성들여 키우던 가축과의 갑작스런 이별로 시름에 잠겨 있는 그분들이 하루빨리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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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 2017-03-19 01:46:08
신금철 선생님 안녕하세요?원평초등학교에서 선생님 가르침받았던 박찬준 입니다..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제가 벌써 26살, 대학교 4학년 사회에 나갈 준비를.하고있네요.. 짐정리하다가 마인드맵파일을 보고 문득 선생님 생각에 이곳저곳 검색해보다가 찾아서 댓글남깁니다..메일주소 찾기가 어려워 댓글로 남깁니다..
반가움을 보내니 선생님께서는 저를 기억하시려나 겁이나네요..ㅎ
못보실지도 모르겠네요..답변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