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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복은 지구의 불행인가?

기고 김민주<세종과학예술 영재학교 교사>l승인2017.02.17l수정2017.02.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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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주<세종과학예술 영재학교 교사>

한국에서 사육되는 가축에게는 라니냐의 추위보다 더 혹독한 전염병이 찾아왔다. 닭과 오리는 조류독감(AI)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가금류의 약 20% 정도인 약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소도 구제역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한번 발병된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확산하는 원인에 대하여 살펴보자.

조류독감은 닭과 오리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는 철새임이 분명하다. 겨울철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던 철새의 분비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농장의 닭과 오리에게 전파되는 것을 역학 조사를 통해 알아냈기 때문이다. 철새들은 어떻게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먼 길을 날아서 이동할 동안 죽지 않고, 우리나라까지 와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가?

철새는 오랜 시간 야생에서 살면서 미생물과의 생존경쟁을 통해 조류독감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고 있다. 이런 철새들이 조류독감에 걸리면 몸 안에 있는 면역체계를 통해 방어할 수 있다. 인간도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가 있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연치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육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업은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닭과 오리들이 있으며, 미생물이 이 닭과 오리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밀집돼 있어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이다.

또한 전염병 발생 시 이 전염병을 이길 수 있는 개체와 죽어버리는 개체 구분없이 모두 살처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염병에 강한 내성을 갖게 되는 개체를 보호할 수도 없다. 전염병에 강한 개체를 키우기보다,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는 개체만 지속적으로 교배해 전파함으로 전염병에 대한 대처를 닭과 오리 스스로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인간도 이런 전염병에 걸린 적이 있다. 1300년대 유럽의 인구를 절반 정도 줄게 한 페스트이다. 다람쥐나 비버와 같은 야생 설치류에 기생해 살던 벼룩에 있던 페스트균이 시궁쥐나 집쥐로 옮겨가면서 인간에게도 페스트 균이 전염됐으며 9세기에서 13세기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증가한 서구 유럽의 인구는 큰 도시의 형성으로 이루어졌다. 큰 도시로 이뤄졌지만 오물처리에 관한 인식과 기술이 부족할 당시 도시에는 대량의 쥐들이 번식하였고, 그 쥐를 타고 페스트균도 삽시간에 퍼져 나간 것이다. 이때 페스트에 면역력을 갖춘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그 면역을 갖춘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페스트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교훈을 가진 인간이지만, 인간의 오만함으로 바이러스에 스스로 대처해가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다. 또한 비윤리적인 모습도 자행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이 지속되면서 닭의 경우 알을 품어 보는 경험조차 못하는 닭이 대부분이며, 알의 경우도 정자가 없는 무정란이 대부분이다. 가까스로 태어난 병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수놈과 암놈으로 나누어져 작은 케이지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이는 공장식 축산업에서만 보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골 할머니 댁의 닭장에 있던 닭들도 모두 암탉이었으며, 외양간에 있던 소도 암소뿐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 댁의 닭장 속 닭들이 품고 있던 계란도 다 무정란이었을 것이며, 그것이 무정란인 줄 모르고 품고 있던 닭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아이의 동화책 속에 멋지게 그려진 수탉의 모습을 자연에서 본 기억이 언제였을까? 또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닭의 행복도, 소의 행복도, 모든 가축의 행복과 자연의 행복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며칠 전 우연히 라오스라는 나라에서 어미 닭과 함께 마당을 뛰어다니던 병아리 세 마리를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 눈물이 났다. 비록 그 닭이 나중에 잡아먹히더라도 종족을 번식시키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을 해 보았다면 그 닭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욕심을 조금만 줄이게 된다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행복하지 않을까? 인간의 행복을 위해 지구의 모든 행복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 지금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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