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백목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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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이루어진다
임 정 순 <수필가>

새해에도 받아 둔 수첩이 여러 권이다. 지갑모양으로 얄팍한 것도 있고, 제법 두툼한 것은 무게감만으로도 꽤 요긴할 같아 마음마저 흐뭇하다. 딸이 건네 준 것은 크기도 크기지만 가죽으로 장식이 되어 있어 옆에 끼고 중역회의라도 참석해야 격이 맞을 것 같다.

비록 작심삼일(作心三日)일지언정 새해엔 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미 지나 간 것은 과거로 매듭을 짓고 다시 시작해야 된다. 물론 가지각색으로 해마다 계획했다가 무산된 것도 얼마동안은 열심을 냈다가 시들해지는 것은 또 얼마랴.

어느 해는 무조건 남을 칭찬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일을 목표를 삼은 때도 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남이 잘 돼서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우리네 정서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기뻐하며 힘든 것을 이겨 낸 승리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진심이 통했는지 아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 합격했다고 축하해 달라는 전화를 걸어 온 사람도 있었다.

새 수첩을 뒤적이며 고민을 해 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연례행사처럼 가족이 모여서 연중계획서를 작성했던 일이 기억난다. 종이를 받아 든 가족들은 뒤돌아 앉아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상기된 표정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을 세 가지씩 적는다. 종이 위에 적는 순간부터 소망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의 의지는 신기하게도 문자를 따라간다. 알 수 없는 마력이 자기 암시를 통해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이때 진정한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이루어질 확률은 높다. 괜스레 이루지 못할 허망한 욕심으로 시작하면 낭패 본다. 꼭 하고는 싶은데 자신한테 무리일 경우에는 입 밖으로 소문을 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는 이룰 때도 있다. '오르지 못 할 나무는 처다 보지도 마라'라는 속담보다는 오르는 만큼 이익이라는 말이 더 진취적이며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뒤돌아 보건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헛된 꿈으로 끝난 것은 무엇인지 아님 생애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문자화시키면 잠재의식은 무한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나이와는 상관없다. 과거의 시행착오와 실패는 성공을 위해서는 필요불가분의 관계다. 구태여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에 비하면 그만큼 경력이 쌓이는 셈이니까.

올해는 내 삶에 즐거움을 주는 일을 적어 보리라. 우선순위로 세 가지면 적당하다. 무시로 볼 수 있는 벽에다 주방에다 써 붙여 놓으면 더 효과적이다. 꼭 하고 싶었던 일, 흥미 있는 일이라면 1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목표를 향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으로 한다면 또 다른 성취감을 맛 볼 것이다.

자 힘을 내자. 분명 새해는 희망의 선물이다. 올해는 내 생애의 최고의 해라고 수첩마다 적어보자. 바로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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