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와 밸런타인데이
안중근 의사와 밸런타인데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2.14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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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2월 14일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초콜릿 상자가 즐비했다. 번화가 상점에는 초콜릿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전히 2월 14일은 사랑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로 기억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가끔은 상술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며 일각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없애자고도 하지만 사실 못 받으면 서운한 게 초콜릿이다.

초콜릿과 함께 기억해야 할 이날은 바로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의 날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발렌타인데이를 즐기는 것도 안중근 의사와 같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선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107년 전인 1910년 2월 14일 여순감옥에서 일본인 판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안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사형선고 판결을 받은 아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한국에서는 대한매일신보에,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에 `是母是子(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107년 전의 편지를 지금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지난 14일 청주 흥덕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2014년부터 매년 2월 14일을 안중근의 날로 지정해 안 의사를 기리는 행사를 한다. 학교 현관 앞에는 올해도 `1910년2월14일을 아십니까? 안중근 의사가 일제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날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기억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4년 전 우연히 발렌타인데이가 안중근 사형 선고의 날과 같은 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교육담당 기자로서 부끄러웠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당시 청주교육지원청 유성복 행정지원국장을 만나 일선 학교에서 안중근 사형선고의 날 계기 교육을 제안했다. 유 전 국장은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이라며 흔쾌히 제안을 수용했다. 유 전 국장은 그 자리에서 당시 흥덕초 신관호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학교를 방문해 행사를 성사시켰다. 흥덕초는 4년 전부터 도내 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안중근 의사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4년이 흐른 올해도 학생들은 먹물을 손바닥에 묻혀 안중근 의사처럼 단지 찍기를 했고, 안 의사와 관련된 영상을 관람했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진경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나요?”라고 질문을 했더니 모든 아이들이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의 날요”라고 답을 해 놀랐다고 했다. 김 교사는 4년 동안 교육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1936년 발렌타인 초콜릿 광고를 하면서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인식됐다. 이후 1958년 일본 모리나 제과에서 2월 14일 하루만이라도 여성이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하자는 캠페인을 펼쳤고, 일본 전역은 물론 우리나라도 기념일처럼 이날을 기억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2월 14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는 안중근 의사 이름은 없고 발렌타인데이가 상위 순위에 올라와 있었다. 초콜릿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안중근 의사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안중근 의사의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로 종일 머물러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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