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사냥개
늑대와 사냥개
  • 임현택<수필가>
  • 승인 2017.02.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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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임현택

수렵지역을 지날 때면 절로 오금이 저린다. `탕, 탕, 탕'산을 삼키는 총성은 온몸을 소름 돋게 만들고 겁에 질린 애완견은 꼬리를 감추고 만다. 수렵지역 인근 온천휴양지, 처마 밑에 매달린 누런 옥수수 꾸러미처럼 허리춤에 새들을 주렁주렁 단 사냥꾼들 뒤로 꼬리 없는 사냥개가 발자국을 따라간다.

사냥꾼들은 삼삼오오 짝지어 식당으로 들어가고 문 앞에선 허연 송곳니를 드러내고 눈에 불을 켠 늑대를 닳은 사냥개가 턱 하니 자리 잡고 있다, 가늘고 짧은 털은 햇볕에 비단처럼 광택을 내는 것이 용맹스럽고 당당한 모습에 매혹되지만 다가서면 금방이라도 할퀼 자세이다. 토종개가 아닌 이름도 어려운 사냥개, 고양이 앞에 쥐 마냥 마음조차 얼어붙게 만든다.

예전에 올무나 덫으로 밀렵이 아닌 사냥을 하면서 친목 도모 차 한두 마리 사냥하여 탁주에 안주 삼아 막사발 부딪치며 사랑방에서 겨울나기를 했었다. 눈 내리는 밤이면 밤새 사랑방 화롯불에 둘러앉아 토끼사냥 작전 짜느라 웃음소리가 문틈을 흘러나오곤 했다. 용맹스럽고 민첩한 토종 풍산개나 진돗개, 성질이 온순하고 몸체가 작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하니 사냥할 때 그들도 한몫했다.

사냥에는 첫째가 사냥개이고, 둘째는 강인한 체력이며, 셋째가 총이라 한다. 사냥개는 굴속에 숨어 있는 짐승이나 새를 유인하여 사냥을 도와주고, 주인이 곤경에 처하면 신변을 보호해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니 당연 사냥개는 친구이자 보호자인 셈이다. 가만 보면 사냥개의 충성심과 생김이 늑대를 많이도 닳았다.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과 살면서 자신의 새끼와 암컷을 위해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이다. 위험에 처하면 자신의 목숨마저 던질 정도이고, 사냥을 하면 먼저 새끼와 암컷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후 마지막에 먹는 부성애가 강한 동물이다.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은 어떠한가? 사냥한 음식을 서로 먹으려 으르렁대는가 하면 일부다처제가 아니던가! 날렵하고 큰 뼈를 부술 만큼 튼튼한 이빨과 맹수 중에서 턱의 힘이 가장 강력한 맹수 중 하나인 하이에나, 썩은 고기를 먹어치우기로 유명하고 양, 염소 같은 여리고 무력한 동물을 공격해 먹이를 구한다. 또한 사막들판의 먹이사슬은 하이에나에게 뜯기고 나면 대머리 독수리 떼가 날아들어 구석구석 파먹고 만다. 그것도 부족해 사막의 불개미 떼가 몰려와 마지막 남은 살점까지 한 점 없이 청소하니 당연한 먹이사슬 앞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사막 한가운데 말라버린 짐승 갈비뼈처럼 서글퍼진다. 그중 늑대는 가장 약한 상대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 강한 상대와 맞서 싸워 먹이를 구한다. 절대로 병들고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 때문에 확실한 혈통을 보존하고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고 산다. 새끼는 그들이 독립할 때까지 가족으로 함께 지낸다. 우리네가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가족 구성원 속에 살아가는 굴레처럼 늑대 또한 새끼들을 훈련시켜 훗날 독립을 시킨다. 비록 야행으로 성질이 매우 사납지만 늑대의 성품은 선비의 곧은 성품과 흡사하다. 식당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늑대를 닮은 사냥개, 혈통은 알 수 없지만 외향만 보아도 늑대의 성향을 닮았으리라. 불타는 네온 감미로운 선율 아래 흘러내린 치맛자락에 기대선 난봉들, 풍류를 즐기며 호걸스럽게 노니는 한량들, 여자를 울리고 환락에 빠진 늑대 같은 인간이라 한다. 여인을 품에 안으려 쟁탈을 벌이는 한량을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한다.

퇴색돼버린 사냥 풍경, 남성들의 보양식으로 전락해버린 사냥을 볼 때면 조금이나마 늑대의 근성을 닮았으면 싶다. 진정 늑대처럼 그만큼만 살아간다면 여자들이 울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진정한 사나이가 늑대 같은 인간이다. 조직을 위해 피 흘리는 혈투로 서열을 정해 충성을 다하는 늑대, 평생 한 마리 암컷과 자식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그가 진정 동물의 왕 중의 왕이 아닐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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