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당들
위기의 식당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2.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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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한국은 인구 대비 식당이 가장 많은 국가다. 2015년 기준으로 66만 개소로 인구 78명당 1곳꼴이다. 일본(170명당 1곳, 이하 2010년 기준), 미국(322명), 중국(224명)을 훌쩍 제쳤다. 그러나 요즘 식당들은 악전고투 중이다. 잘나가는 상위 3%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식당이 그야말로 그로기상태다.

온갖 악재가 다 겹쳐 식당 주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지속 중인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의 시행, 고병원 조류독감(AI)에다 최근엔 구제역까지.

물가가 뛰면서 가계마다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당연히 식당이다. 제일 먼저 주부들이 외식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샐러리맨들은 이미 지갑을 닫아 버렸다. 경비 절감을 이유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부서 회식마저 줄이는 가운데 박봉에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식당 주인으로서는 매출이 줄어드니 당연히 종업원 수부터 줄여야 한다. 5명의 종업원을 두었던 곳은 3명, 2명으로 3명을 두었던 곳은 2명에서 한 명으로.

원자재 값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지만 손님들 눈치에 음식 가격을 올리기도 두렵다. 30개 들이 계란 한 판이 1만원으로 뛰었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값이 도매가 기준으로 10% 이상 올라 당연히 값을 올려야 하지만 올렸다가 손님들이 발길을 끊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음식점들이 이러는 사이 간편 음식을 파는 편의점에는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 1인용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식당에 비해 절반 정도 값이 싼 도시락은 요즘 `혼밥족'의 증가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심이나 대학가에 원룸촌이 형성되면 제일 먼저 입점하는 점포가 바로 24시간 편의점이다. 나홀로 식사를 해결하는 원룸 거주 `혼밥족'이 주 고객인 편의점 업계가 서로 경쟁을 하듯 원룸촌에 신규 점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원룸촌 주변 식당들의 고투는 불 보듯 빤하다.

통계청이 얼마 전 2016년도 4/4분기 일반 음식점 매출 규모를 조사했는데 1년 전 보다 5%나 감소했다. 반면 일반 회사의 사내 식당이나 공공기관, 학교 등의 구내식당의 매출은 4.3% 증가하면서 7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당 주인들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뉴스다.

원룸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건물주들은 요즘 냉장고를 교체해주느라 생각지도 못했던 비용을 추가로 들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 바깥에서 밥을 사서 먹었던 세입자들이 언제부터인가 직접 음식을 해먹기 시작하면서 용량이 큰 냉장고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남윤미 연구위원이 국내 자영업 폐업률 결정 요인 분석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0.1% 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자가 폐업할 가능성이 최대 1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당의 경우는 무려 23.5%나 증가했다. 빚을 얻어 권리금을 부담하고 식당 문을 열었다가 폐업을 하는 악순환에 시달리는 식당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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