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 사활 걸어야
구제역 방역 사활 걸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2.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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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구제역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젖소 사육농장에서 혈청형 `O'형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9일 의심신고가 접수된 한우농장 역시 같은 형 바이러스로 확진됐다. 경기도 연천에서 발생한 A형이 아닌 것만 해도 충북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A형과 O형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A형 구제역의 경우는 지난 2010년 포천·연천 소 농가에서 6건 발생한 사례가 유일하기 때문에 보유 중인 백신의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은 2000년 이후에만 모두 여덟 차례나 발생할 정도로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혈청형 O형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A형 백신의 방어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O+A형'백신이 투입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부족하다.

정부는 시급성을 고려해 A형이 발생한 연천 지역에만 `O+A형'백신을 긴급 접종키로 임시대책을 세웠다. 충북의 백신 보유량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방역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돼지는 O형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O+A형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A형 구제역이 돼지에서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이미 산재한 상태에서 믿을 거라곤 백신밖에 없다면 이 문제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정부도 앞으로 1주일 이내에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충북도 16일까지 도내 젖소 사육농가 모두를 대상으로 항체 형성률 전수조사도 벌이고 있다.

항체 형성률이 낮아 `물백신'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던 과거 구제역 상황과 비교하면 확산속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항체 형성률이 문제일 뿐 백신의 효과를 단정 지어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첫 번째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에서는 9일 최초 발생 농가 인근의 한우농장에서도 양성이 확진됐다. 두 번째 발병인데 충북도는 해당 농가를 검사해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오는 경우 농장 내 모든 소를 살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농가는 최근 긴급 예방접종이 완료된 상태였다. 문제는 첫 번째 구제역 발생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19%에 그치고, 주변의 20개 농장도 항체 기준치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확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항체 형성률이 낮은 원인이 백신 자체의 결함인지, 아니면 접종방법의 잘못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이런 논란을 이어갈 여유가 없다. 당장 일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확한 방법으로 백신 접종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항체 형성률 발표는 이번에 신뢰를 잃었다. 소를 키우는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9만8000여곳 가운데 7%(6900여곳)만 표본조사를 해서 나온 97.5%라는 것으로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구제역이 종식된 뒤 항체 형성률 조사나 접종 방식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접종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구제역 백신이 의무화된 지 7년 만에 허술했던 방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충북은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큰 고통을 겪었다. 여기에 구제역까지 덮쳤으니 시름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구제역이 더 확산하는 걸 막는 일이 중요하다. 방역 당국은 사활을 걸고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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