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02.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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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방금 잠에서 깬 몸짓의 어색함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풀과 나무와 마주한다. 늘 보던 풍경임에도 새롭고 새롭다. 건너편 숲에서도 희망가가 들려온다.

서서히 어둠이 걷힌다.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둠이 자리를 내준다. 어둠은 잠시뿐이어야 한다. 개구리가 동면할 만큼의 시간이거나 나무가 잠시 생장을 멈추고 봄의 에너지를 얻을 정도의 가벼움이어야지 길게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가슴에 허무감이나 근심을 안겨주거나 그들의 꿈마저 저버리게 해서도 아니 된다.

꿈을 꾸기에 꿈이 있고 꿈이 있어 꿈을 이룬다. 가슴을 진정시키고 깊은 호흡을 한다. 수목이 어우러진 고요의 정원에서 새로운 다짐을 한다. 아쉬움과 허전함을 물리고 떠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열정을 얻는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꿈은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한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발길 닿는 곳, 머무는 곳 어디든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다. 정말이지 올해만큼은 있는 자 없는 자의 구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상·하 구별도 하지 않았으면 싶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바람을 가슴에 담고 있을까?

다이어트를 하거나, 요리를 배우거나, 낚싯대를 바닷물에 드리우는 여유를 소망할 것이다. 직장을 옮길까도 고민하고 승진에 대한 소망도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새우젓에 호박과 매운 고추를 넣어 끓여 낸 칼칼한 찌개를 먹었으면 하고 어렸을 적 맛깔스러운 식탁을 떠올리는 나처럼, 어떤 이는 농촌으로의 귀향을 꿈꿀 것이다. 그 어느 누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꿈과 바람이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꿈을 향하여 갈 때는 가슴이 먹먹하다. 꿈의 조각을 완성하고 나면 희열을 느낀다. 옆에 두고 어르고 달래고 깎고 다듬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다. 그러한 순간순간 외롭기도 하고 괴로워 울고 싶을 적도 있지만 내일을 위해 참고 또 참는다. 욕망의 충족이든 결핍의 보전이든 목표한 것을 이루려고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감수한다.

꿈은 어둠을 먹고 자란다.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이 눈 부시듯이 어둠의 크기에 따라 꿈 조각의 크기도 달라진다.

어둠을 헤치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정말 눈이 부시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늘 보던 나무와 풀도 생기가 있고 숨 쉬지 않는 정물도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때가 되어 죽기는 마찬가지지만 꽃을 피우고 죽는 나무가 아름답다고 했다. 주어진 오늘의 시간이 어제 죽은 사람이 소망한 가장 귀중한 시간이었듯이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이 나를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 많지 않다. 그 오랜 세월 속에 내가 꾼 꿈은 무엇이며 그로 인한 성취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 꿈꿀 시간은 많다. 몸무게를 줄이듯 올해만큼은 꿈의 무게를 줄여야겠다. 짊어질 정도의 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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