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리는데 보름 걸리는 문
활짝 열리는데 보름 걸리는 문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
  • 승인 2017.02.1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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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2월,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서른네 번째 이야기는 황벽 희운선사(黃蘗希運禪師)의 또 다른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황벽 스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망(妄)은 본래 실체가 없고 곧 너의 마음에서 일어난 바라. 만약에 네 마음이 바로 이 부처임을 알진대 마음은 본래 허망이 없으니 어찌 마음을 일으켜서 다시 허망을 오인하겠느냐?

또한 “선악을 모두 생각하지를 아니하면 그 자리가 문득 삼계를 벗어난 것이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신 것은 三有를 파하기 위함이니 만약에 일체의 마음이 없다면 삼계도 또한 있는 것이 아니다”

거품은 실체가 없고 물에서 일어난 것이다. 거품이 사라져 버리면 곧 물이다.

그와 같이 허망한 망상은 본래 거품같이 실체가 없고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것이겠다. 마음은 본래 허망이 없는 진심 그대로란 것 아니겠는지.

진심시불(眞心是佛), 진심 그대로가 바로 부처라는 것이겠다. 그런데 진심시불하면 알기 어려워서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고 한단다. 원칙은 `진심시불'이라고 해야 제대로 맞는 말이란다. 우리의 가짜 마음은 부처가 아니고 진심이 바로 부처라는 것이다. 현재의 허망한 마음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겠다.

마음은 본래 허망이 없는데 왜 허망한 마음을 일으켜서 또 허망을 인식하려고 하느냐는 것. 이는 혹 위에 혹 나는 식 아닌가. 설상가상 격으로 엎치락뒤치락 그 위에 더 큰 뭐가 확대되는 것이다.

혹 하나도 문제인데 그 위에 하나가 더 나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 중생들은 혹상가혹(惑上加惑), 혹 위에 혹을 더하는 격으로 기망인망(起妄認妄), 망을 일으켜서 망을 인식하는 꼴이라는 것이란다. 다 공연한 짓을 한다는 것 아니겠는지.

요즘 `대한민국호'는 특히 안보와 경제에 혹상가혹(惑上加惑)해서 기망인망(起妄認妄)한 격이다. 그 혹의 문을 열고 나갈 상상력 펼치는 본래의 마음을 가득 채울 `달'이란 시를 감상해 봄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우주로 나가는/ 동그란 문// 활짝!/ 여는데/ 보름 걸리고// 꼭!/ 닫히는데/ 보름 걸리고// 우주,/ 얼마나 크기에?

-`달' 김미라 전문-

그믐달에서 보름달로,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돌아가는 놀라운 변신 광경은 한바탕 우주 쇼라고 한다. 달은 지름이 3496㎞나 되는 거대한 문이란다. 우주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광활하여 1996년 인간은 달에 가서 우주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직 아득하단다. 달은 우주와 소통하고 사람은 달과 소통한다. 이틀 전 대보름날에

혹시 그 누구와 손잡고 달문으로 들어가 우주와 속삭여 보려 했었는지? 별생각 없이 쳐다보던 달이 작금에는 문득 달리 보인다. 하늘에 뻥 뚫린 구멍 그 동그란 문으로 달=문 뜻밖의 상상을 해 본다.

`활짝 열리는데 보름 걸리고, 꼭 닫히는데 보름 걸리는 문.'

어디론가 향한 문 같기는 하다. 생각에 꼬리를 물다가 우주에 닿을 수 있듯 커다란 문을 열어젖히면서, 상상력 넘치는 가슴 항아리 되어 보자.

그래서 드넓고 안전한 세상을 펼칠 진심시불(眞心是佛) 리더십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호'의 선장 탄생을 깊이 소망하며 꿈꾸어 본다. 이것이 2017년 정유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할 우리가 눈을 부릅떠야 할 까닭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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